지금부터 꼭 4년 전이다. '국내 봅슬레이의 개척자' 강광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부회장은 밴쿠버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우려했던 약점을 후배들이 극복했다. 한국 봅슬레이는 이번 소치올림픽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일궈냈다. 눈에 띄게 좋아진 스타트 덕분이었다. 원윤종(29)과 서영우(23·이상 경기연맹)는 18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산키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봅슬레이 남자 2인승에서 4차례 레이스 합계 3분49초27을 기록, 18위로 경기를 마쳤다.
지난 2010년 밴쿠버대회에서 한국 남자 4인승 대표팀이 기록한 최고 성적(19위)을 뛰어넘었다.
당시 강광배가 이끈 남자 4인승 대표팀은 역대 최초로 올림픽에 출전, 일본을 제치고 19위에 올랐다. 20위까지 주는 결선 4차 레이스 출전권까지 확보하며 '한국판 쿨러닝'의 기적을 연출했다.
한국팀이 올림픽 봅슬레이 2인승에 출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1·2차 레이스 합계 1분54초61로 19위에 자리한 원윤종과 서영우는 3차 레이스에서도 57초58로 19위를 유지했다. 4차 레이스에서는 57초08을 기록했다. 함께 출전한 김동현(27)·전정린(25·이상 강원도청)은 1~3차 레이스 합계 2분53초27로 25위에 올랐다.
원윤종과 서영우는 스타트가 눈에 띄게 좋아지면서 올림픽 최고 성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 서영우는 1차 레이스 스타트에서 4초87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4초90 안팎의 좋은 스타트 성적을 냈다. 스타트 기록만 놓고 보면 10위권 내에 들어갈 수준이라는 평가다. 평창올림픽을 대비해 신축한 스타트 훈련장에서 강도 높은 연습을 꾸준히 하면서 스타트 기록을 단축할 수 있었다. 원윤종은 "외국의 코치와 선수들이 스타트가 향상된 비결이 뭐냐고 물어볼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 봅슬레이 선수들은 4년 뒤 평창에서 일을 낼 기세다.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2인승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기량이 일취월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윤종과 서영우는 최근 아메리카컵에서 2인승 종합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내년에는 평창에 봅슬레이 트랙도 완성돼 조종기술도 숙련시킬 수 있게 된다. 원윤종은 "4년은 길다고 할 수도, 짧다고 할 수도 있는 기간"이라며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B팀의 김동현은 "지금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은 대부분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선수들"이라며 "우리도 숙련된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한편 봅슬레이 남자 2인승은 러시아 A팀(파일럿 알렉산더 주브코프)이 3분45초39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