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롯 브론테의 소설 '제인 에어'에는 다락방에서 기괴하고 음산한 소리를 내는 '미친 여자'가 등장한다. 이 '미친 여자'는 끊임없이 주인공을 불안하게 만들다가 마침내 절망으로 이끈다. 영미문학의 대표적인 교수인 두 저자가 19세기를 수 놓았던 샬롯 브론테ㆍ에밀리 브론테ㆍ제인 오스틴ㆍ조지 엘리엇 등의 여성 작가들의 작품 속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감금, 탈출, 거식증 등 의 분열적 이미지에 주목해 당대 여성작가들의 문학을 분석했다. 미국에서 출간된 지 30년이 넘은 책은 이번에 처음으로 번역돼 출간됐다. 책이 처음 출간됐던 1979년 당시에는 페미니즘 비평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었으나 '다락방의 미친 여자'가 문학사를 여성의 입장에서 새롭게 볼 수 있는 가능성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저자는 19세기 여성 작가들이 남성 문학의 강고한 성채에 갇혀 있었다고 말한다. 여성 작가들이 사용한 감금, 굶주림, 추방, 탈출 등의 소재는 자기 인식의 산물이었다는 것. 이에 '폭풍의 언덕'의 캐서린이나 '제인 에어'의 제인 에어처럼 자기주장을 하는 여주인공들은 하나같이 감금이나 추방 같은 처벌을 받는다. 저자는 여성 작가들이 이렇듯 자신의 실질적 모습과 강요되는 모습 사이에 괴리를 느끼고 이것을 작품 속에서 '미친 여자'로 출몰시킨 것이라고 설명한다. 책은 19세기 여성 작가들이 '작가가 되는 것에 대한 불안'을 어떻게 자신의 작품 속에 투사하고 있는 지 설명한다. 이 같은 저자의 여성작가에 대한 분석은 오늘날에도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4만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