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Cover Story] 제조업에 불어닥친 스마트폰 딜레마

스마트워킹 가능해져 업무효율 높아졌지만<br>근무 집중도 저하·사용빈도 늘어 불량률 ↑

전세계에 '정보기술(IT) 강국 코리아'의 이미지를 심어준 스마트폰이 국내 제조업체를 딜레마에 빠뜨리고 있다. 업무 시스템에 스마트폰을 활용하면서 스마트 워킹이 가능해졌지만 생산현장 근무자들이 업무 중에도 스마트폰을 수시로 사용함에 따라 제품의 불량률이 높아지는 어려움도 함께 겪고 있는 것이다. 일부 업체에서는 기술유출 등 보안 문제도 토로하지만 강제로 사용을 막기도 힘든 상황이다.

18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을 활용해 선주사들에 제공하고 있는 모바일 전용 선박 AS시스템(m-PASS)이 날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자체 개발한 이 시스템에는 선주사들이 접속해 선박에 설치된 각종 장비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손쉽게 등록, 조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운항일정과 기술정보 등 선박 및 장비 관련 정보와 AS 담당자, 기자재 업체 정보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고 현대중공업 AS 직원들이 실시간으로 의견을 교환하며 문제를 해결해준다.

지난해는 세계 최초로 엔진 스마트 고객 서비스 시스템도 구축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으로 원거리에서 엔진에 발생한 문제들을 점검하고 있다. 비용 절감은 물론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해 선주사들의 만족도가 큰 편이다. 미국 노블드릴링사의 감독관 대럴 젠슨은 "스마트폰으로 문제가 발생한 선박 부품의 사진을 찍어 바로 등록하고 손쉽게 담당자와 관련 문제를 협의할 수 있어 편리하다"며 "현대중공업에서 건조한 선박에 대한 신뢰가 한층 두터워졌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도 생산공정에 스마트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주요 생산공정의 검사항목에 대한 규격을 사전에 입력해 실시간 검사 데이터와 비교 분석, 정상치를 벗어나면 관련 내용을 해당 관리자와 작업자에게 스마트폰 문자메시지로 경고하는 시스템으로 진천과 충주공장에 구축한 상태다. 문제가 발생하면 개선조치 등의 이력을 저장하고 통계화한 자료를 주간단위로 관리자에게 e메일로 전송하고 양산과정의 기간별 검사 결과를 자동으로 비교 분석할 수 있어 문제의 추적관리도 한층 더 용이하다. 현대모비스는 최종 출고품의 불량률을 낮추고 고객 클레임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업무 시스템에는 도움을 주고 있지만 직접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는 업무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방해요소가 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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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에 위치한 반도체용 실리콘 부품소재회사인 A사는 늘어나는 제품 불량률로 골머리를 앓았다. 개당 수백만원인 제품 하나만 불량이 발생해도 회사에 미치는 손해가 적지 않은데 회사 측은 불량품이 갑자기 늘어난 이유를 한동안 찾지 못했다. 우연히 발견한 원인이 직원들의 스마트폰 사용이다. A사 관계자는 "근무 중에 전화 통화나 게임을 하지는 않지만 주식정보를 보거나 수시로 메시지를 확인하는 등 업무 중 사용빈도가 늘어난 것과 불량률의 증가 추세가 들어 맞았다"고 설명했다.

사측은 노조를 설득해 업무 중 사용을 자제시키고 공장 한편에 스마트폰 거치대를 설치했다. 스마트폰을 보관하고 충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으며 작업자들이 원할 때는 언제든 전화기를 확인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작업 중에 사용하는 것만 금지했는데도 제품의 완성도는 다시 전처럼 높아졌다.

A사의 사례는 최근 많은 제조업체들이 겪는 고민의 단편이다. A사는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제품 불량률은 다시 전과 같은 수준으로 떨어뜨리게 됐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 완성차의 리콜이 크게 증가한 것도 근무 중 스마트폰 사용이 적지 않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결함신고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16만5,919대인 리콜 건수는 18일 현재 95만9,359대로 100만대를 넘어설 정도로 늘어났다.

자동차 생산라인은 상당 부문 자동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사람의 손길을 요하는 작업이 많은 편이다. 고도의 업무 집중이 필요하지만 근무자들의 스마트폰 사용이 빈번해지는 것이 불량률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국내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관련 지적이 있어 업무 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검토했지만 노조의 반발이 심할 것으로 예상돼 실제로는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며 "스마트폰 사용과 제품의 품질 저하를 직접적으로 연관 지을 수 없어 노조를 설득하기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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