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철마는 더 달리고 싶다

[시론] 철마는 더 달리고 싶다 김근식 관련기사 • 56년만에… 철마가 남북을 달린다 • 철도연결 성사되기까지… • 문익환 목사 부인 박용길씨 탑승 소감 • 경의·동해선 시험운행 어떻게 이루어지나 • [시론] 철마는 더 달리고 싶다 • [사설] 꿈과 현실의 두 궤도를 달리는 철마 일단은 분단이 해소됐다. 역사적인 철도연결 시험운행으로 일회적이지만 남북이 진짜 소통되고 연결됐기 때문이다. 분단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오고 가지 못하는 공간적 단절이다. 이번 시험운행으로 남북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직접통행을 이뤄낸 것은 그 자체로 분단 극복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갖기에 모자람이 없다. 민족분단의 현실은 정치군사적 대결과 경제적 경쟁, 사회문화적 단절로 드러나는 바, 이번 열차 시험운행은 바로 분단의 한 측면인 ‘단절’을 이겨낸 쾌거임에 틀림없다. 사람과 물자가 오고 간다면 그것이 곧 통일의 시작일 것이다. 지난 2000년 정상회담 이후 철도연결이 남북간 협력사업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분단 극복이라는 역사적 상징 외에도 실제적인 경제적 효과와 기대에 근거한다. 남북이 가로막혀 대륙으로 웅비하지 못하고 해양으로만 나서야 했던 대한민국이 철도가 연결돼 북으로 진출한다면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가교 역할을 하는 동북아 허브로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부상하는 세계 3대 경제권 동북아의 성장과 발전을 주도하고 유럽과 태평양을 포괄할 수 있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이점은 남북철도가 연결될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부산에서 파리행 기차표를 산다는 미래의 꿈이 현실이 된다면 향후 우리 경제발전과 성장동력은 그만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열차 시험운행을 위해 남북이 군사보장을 합의하고 정치적 신뢰를 꾸준히 쌓은 것도 이번 행사의 큰 의미다. 잘 알려진 것처럼 분단의 가장 마지막이자 허물기 어려운 벽이 바로 정치군사적 대결인 바, 이번 철도연결을 계기로 앞으로 임진강 수해방지와 한강 하구 골재채취 사업에서도 남북간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가 강화된다면 이는 단절을 넘어 적대적 대결을 완화하는 더 큰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물론 이번 시험운행은 의미 있지만 작은 걸음이다. 분단 극복과 통일 진전이라는 역사적 대의에 기대어 엄청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출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철도연결은 말 그대로 시험운행이지 정식 개통이 아니다. 실질적 의미의 남북 소통은 사람과 물자의 정기적이고 정상적인 교류가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북이 정식 개통을 수용하기에는 부담이 적지않다. 핵문제 미해결이라는 대외적 불안 요인에 덧붙여 철도연결이 몰고 올 남풍의 대내적 영향까지 감당하기에는 아직 자신이 없을 터이다. 이번 시험운행 성사로 정식 개통에 대한 요구는 당연히 증대할 수밖에 없겠지만 여전히 북은 받아들일 준비가 덜 돼 있다. 우선 개성공단 근로자의 통근용과 남측의 관광용으로 개성까지 부분 개통을 요구하는 게 현실적인 방도일 것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남북철도가 정식으로 개통되려면 북한의 현지 철도 기반과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개보수하고 현대화해야 한다. 여기에는 당연히 적지않은 비용과 재원이 소요된다. 일부에서 역사적 상징은 철도가 크다 하더라도 오히려 경제적 부담이라는 현실을 고려하면 도로연결이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을 제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험운행을 전제로 북에 제공하는 8,000만달러의 경공업 원자재가 대북 비용을 높여놓았다는 일부 비판도 있다. 경제적 비용 문제도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이번 시험운행은 2ㆍ13합의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핵문제 해결이 철도연결을 가능케 하고 다시 남북관계 진전이 핵문제 해결을 추동하는 상호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는 일도 향후 과제일 것이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그 끝이 창대하길 바란다. 철마는 ‘더’ 달리고 싶기 때문이다. 입력시간 : 2007/05/16 18:47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