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라운드하고 싶은 사람은 바로 편안하게 내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과 라운드하면 대부분 스코어는 좋아지게 마련이다.주말골퍼들이 라스베이거스게임을 할 때 그 사람과 팀만 되면 이기는 경우가 있다면 그것도 바로 편안하게 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부담이 되면 되려던 일도 틀어지는 법이다.
미국팀의 역전승으로 막을 내린 라이더 컵은 같이 라운드하는 사람이 누구냐, 다시말해 상대방을 위해 얼마나 많이 배려를 해주느냐에 따라 승패가 크게 좌우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팀 웍이 열쇠였던 것이다.
세계랭킹 1, 2위를 포함해 상위랭커들로 짜여진 미국팀이 1, 2라운드에서 분명 한 수 아래인 유럽팀앞에 무릎을 꿇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팀웍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크다. 포볼, 포섬 등의 경기방식은 같이 플레이하는 사람과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 호흡맞추기에서 개인기의 미국팀이 팀웍의 유럽팀에 밀렸다는 얘기다.
팀웍은 곧 골퍼의 심리적 안정과 직결된다. 짝을 이룬 팀원이 편안하게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상대의 미스 샷을 탓하지 않고, 내가 스타가 되기보다는 팀이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설령 내가 미스 샷을 내더라도 내 짝이 나를 탓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 것, 그것이 바로 팀 웍이다.
2라운드 포볼 경기에서 예스퍼 파네빅과 세르지오 가르시아가 보여준 마지막홀 퍼팅이 좋은 예다. 반드시 버디퍼팅을 성공시켜야 무승부를 이룰 수 있는 상황. 두 사람의 볼은 거의 같은 거리였고 파네빅은 내리막 라이였다.
파네빅이 먼저 버디퍼팅을 성공시키면 스타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파네빅은 만약 자신이 실수했을 경우 가르시아가 받게 될 엄청난 압박감을 생각했다. 그리고 먼저 퍼팅하도록 배려함으로써 버디로 연결시켰다.
이에반해 타이거 우즈를 비롯한 미국의 젊은 골퍼들은 잘 맞지않을 때에는 클럽을 집어던지는 등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지 않아 팀메이트에게 상대적으로 부담을 줬다. 미국팀이 1, 2라운드에서 고전했던 것은 팀메이트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대로만 하는 개인주의 성향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미국팀이 마지막날 역전할 수 있었던 것은 팀메이트간의 배려가 필요없는 싱글매치플레이였기 때문이다.
내 잘못이 없어도 누군가 옆에서 화를 내면 괜히 위축되고 경기흐름이 깨지는게 바로 골프다. 같이 라운드하는 사람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있을 때 골프는 스코어가 별로 좋지 않더라도 그야말로 재미있는, 그리고 다시 하고 싶은 운동이 될 것이다.
김진영기자/EAGLE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