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弱달러, 세계질서를 바꾼다] 위안화, 2015년 달러와 패권다툼 中 구매력 美와 비슷 '세계경제 호령'中, 글로벌경제 성장 25%기여…美보다 높아美경제 회복되더라도 달러 약세 불가피할듯 이종배 기자 ljb@sed.co.kr 중국의 가파른 성장 이면에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이 톡톡히 한몫을 하고 있다. 달러 패권에 일조하며 미 경제력을 유지해주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은 자국 경제 침체에 아랑곳 없이 약 달러를 등에 업고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세계적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는 미국 기업은 아웃소싱을 통해 78%의 이익을 가져가고 중국ㆍ인도 등 아웃소싱 대상국에 돌려주는 비율은 고작 22%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인도의 대표 IT 기업으로 경제 성장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인포시스(Infosys)도 한 예이다. 이 기업은 엄밀히 인도 기업이 아니다. 지분의 절반은 미국 자본으로 간주되는 외국인 투자가다. 영업대상 지역도 미국이 70%를 차지하고 있다. 약 달러가 미국 경제의 고질적 문제를 쉽게 해소시켜주리라고 보는 시각은 그리 많지 않으나 다국적 기업이 지탱하는 미국의 경제가 '파산하지 않은 영원한 제국'의 명성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우세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미 경제가 현재의 일시적 침체를 딛고 회복된다 해도 오는 2015년께 달러화에 버금갈 정도로 성장할 위안화의 위력은 약 달러 기조의 반전을 가로막는 요인이기도 하다. ◇달러 약세, 미 경제 경쟁력 회복 연결되나=약 달러가 미 경제의 자생력 회복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않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단기적으로 보면 미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본다며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 서브프라임 모기시(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등 부동산 대출 문제가 잠복해 있지만 미국의 무역수지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상태다. 최근에는 수출 증가율이 수입 증가율을 웃도는 등 긍정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일정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서비스 위주 경제이다 보니 약 달러에 따른 혜택이 경제 자생력 회복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설명이 그것이다. 그렇지만 미 경제가 추세적인 하강국면을 그릴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전 세계를 상대로 80%에 가까운 이익을 창출하는 초대형 다국적 기업이 약 달러를 등에 업고 수익을 늘려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오 상무는 "현재 미국의 경기 침체는 일시적 하강이다"며 "내년까지는 1%대 중반의 저성장이 예상되나 그 이후에 다시 상승국면에 접어들 수 있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 경쟁력은 기업들로부터 나온다. 현재의 약 달러가 미국 경제의 건전한 조정과정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부동산 대출 등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미 기업의 수익성은 오히려 나아지고 있어 경기 침체는 일시적 사이클로 보는 게 옳다"고 말했다. ◇미 경쟁력 회복, 달러 약세 반전시키나=미국의 지난해 경상수지 적자는 8,000억달러다. 이를 시간당으로 환산하면 1시간에 9,000만달러, 우리 돈으로 830억원가량이다. 미국은 1시간에 830억원을 소비하면서 전 세계 경제를 지탱하고 달러 패권을 유지해오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약 달러 기조하에서 미 경제가 건전한 조정을 거치며 경제가 회복된다 해도 달러 약세라는 흐름은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다국적 기업이 세를 늘려가며 미국의 부를 키워도 사정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글로벌 경제에서 국가와 기업은 다르게 봐야 한다. 기업 경쟁력으로 봤을 때 미국의 경제 파워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을 유지한다 해도 미국 경제의 대외 의존적인 소비성향 등 경제의 구조적인 병폐가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즉 막대한 해외수입 탓에 상품수지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쌍둥이 적자가 소폭 개선될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문제점은 치유가 쉽지 않다. 기업이 많은 이익을 거머쥐어도 높은 소비성향은 자본축적을 가로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펀더멘털 자체가 강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중국의 부상, 2015년 위안화와 패권싸움=이런 가운데 달러 약세를 추세적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로 유로화 못지않게 위안화의 급부상을 들 수 있다. 이들 통화의 급부상은 달러에 대한 선호도를 지속적으로 추락시키면서 약 달러 추세를 강화시킨다. 찰스 콜린스 IMF 조사국 부국장은 올해 처음으로 중국이 미국을 체치고 세계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중국은 세계 경제 성장의 25%를 기여하고 있고, 중국과 인도ㆍ러시아 3개국의 세계 경제 성장 기여도는 50%에 이른다"며 "반면 미국의 성장 기여도는 20%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소비시장은 지난 6년간 130% 확대됐다. 매년 12~14%의 증가율을 지속하면서 세를 키워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2015년에는 위안화가 달러와의 패권 다툼에 나서면서 달러화 약세 추세를 더욱 가속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2015년에 중국은 세계 소비시장의 14.1%를 차지하며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소비대국으로 부상한다. 아울러 이 때부터 구매력기준(PPP) 소득에 있어 중국과 미국이 비슷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15년에 중국의 위상이 명실공히 미국과 비슷해지고, 미국의 사회보장제도가 한계에 부딪히면서 재정에 심각한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쌍둥이 적자는 더 이상 컨트롤할 수 없는 단계가 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홍 센터장은 "중국ㆍ인도 등도 현재의 성장이 안정적인 달러화 유지하에 가능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이 같은 공식도 이들 국가의 성장과 더불어 무너지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입력시간 : 2007/10/18 1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