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ㆍ중국ㆍ일본 간 환율전쟁에 이어 중일 영유권 분쟁까지 글로벌 갈등상황이 격화되며 한달 앞으로 다가온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글로벌 공조는 잊히고 11월 G20 정상회의가 미국ㆍEU 대(對) 중국ㆍ일본의 환율전쟁터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G20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우리 정부로서는 당혹스럽다. 당장 G20 의제와 관련해 위안화 환율절상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드러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로이터통신과의 회견에서 이례적으로 "G20에서 특정 국가의 환율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최근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환율 문제를 거론하겠다고 한 데 대한 응답이다. 코리아 이니셔티브로 내세운 각종 의제들도 환율전쟁에 파묻히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쿼터 개혁의 경우 정상회의에 앞서 합의가 가능하다고 윤 장관이 밝히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안전망, 은행감독 문제, 은행거래세 등 민감한 의제에 대해 여전히 이견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환율분쟁은 이제껏 준비해온 의제 합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환율전쟁에 이어 조어도(釣魚島ㆍ중국명 댜오위다오, 일본명 센가쿠열도) 영유권 분쟁도 G20 정상회의의 걸림돌이다. 물론 G20에서 경제적인 이슈를 다룬다고는 하나 미국이 중국의 위안화 절상 압박에 공조하기 위해 일본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만큼 조어도 영유권 문제가 글로벌 경제 이슈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미중일 3국의 동시 압박을 받고 있는 우리 정부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공조가 기본인 G20 정상회의가 강대국들의 전쟁터로 변할 경우 코리아 이니셔티브는 고사하고 기존의 의제 합의도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환율전쟁에서 자유로울 수도 없다는 점도 곤혹스럽다. 중국과 일본은 미국이 통화절상을 위해 정치적인 압박을 가한다는 점에서 한국과의 정책공조를 요구할 가능성이 큰데다 미국이 원화 절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칫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줬다가는 G20도 실패하고 환율전쟁에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로서는 우리가 제시한 의제인 개도국 개발 이슈를 계속 내세울 수밖에 없다"며 "최대한 환율이 G20 정상회의 이슈로 오르지 않도록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