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9월 1일]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보험 가입자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랄까.

금융감독원은 최근 ING생명ㆍ메트라이프생명ㆍ동양생명ㆍ알리안츠생명의 보험설계사 4명에게 고객 보험료 횡령을 이유로 등록취소라는 제재를 내렸다. 설계사들은 고객이 보험료를 납부해달라며 건넨 돈을 자기 주머니에 챙겼다. 피해를 입은 고객만 34명에 금액은 총 2억여원에 달한다.

보험사도 할 말은 있다. 보험사는 "특정인이 저지른 일로 회사와는 무관하다"거나 "옛날 일이며 가입자에게 피해금액을 돌려줬고 모두 해결된 사안"이라는 답변을 내놓는다. '지키는 사람 열명이 도둑 하나 못 잡는다'는 속담처럼 보험사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관리통제의 문제는 엄연히 존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직원이 은행장의 직인을 위조해 4,400억여원의 금융사고를 낸 경남은행의 경우 행장과 경남은행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 통보를 받았다. 내부통제 시스템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고객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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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안의 중대성과 성격이 다르기는 하지만 횡령 문제를 특정 직원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금융감독당국도 "설계사가 횡령을 한 경우 해당 보험사에 관리통제의 책임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보험료를 돌려줬다고 하더라도 그 사이 보험금 지급사유가 생겼다면 어떻게 처리될지 애매하기만 하다.

문제는 보험설계사들의 횡령사고가 잊을 만하면 터져나온다는 점이다. 많은 경우 보험사들은 설계사와 보험가입자 간의 문제이지 회사는 관련이 없다고 발뺌을 한다.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부회장은 "현행법에 따르면 설계사는 가입자로부터 보험료를 받을 수 없도록 돼 있다"며 "보험사들이 이를 이용해 횡령사건이 일어나면 이는 둘 사이의 문제이지 회사와는 아무 상관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보상을 꺼리는 사례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오히려 설계사가 보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 보험사들에 직접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제도개선을 통한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고민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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