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기부, 선진 국민의 습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펼쳤던 '희망 2012 나눔 캠페인'이 종료됐다. 최종 모금액이 역대 모금캠페인 중 최고액인 2,541억원에 이르렀다. 특히 올해에는 개인 기부가 크게 증가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지난 1885년 고종 황제는 미국의 의료선교사 알렌 호러스 뉴턴에게 병원 개설을 허락하는데,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의료기관인 '제중원'이다. 알렌 선생의 뒤를 이어 제중원에서 사역하던 에비슨 선생은 1899년 뉴욕에서 열린 만국선교대회에 참석해 척박하고 가난한 조선 땅에 현대식 병원 건립의 중요성을 역설하게 된다.

그 자리에 참석해 연설을 들은 독지가 루이스 헨리 세브란스 선생은 조선의 병원 건립에 필요한 전액 4만5,000달러를 기부하게 되는데, 이렇게 해 탄생한 것이 바로 오늘날의 세브란스병원이다. 이 금액은 부지 비용과 현재의 화폐 가치를 고려해 환산할 때 약 7,000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뿐만 아니라 그의 자식들은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세브란스 기금'을 만들었고 1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세브란스병원에 계속 후원금을 보내오고 있다. 멀고 먼 작은 나라를 위해 한 가족이 대를 이어 한 세기가 넘도록 계속해온 기부, 이보다 더 놀랍고 아름다운 기부의 모범이 있을까. 세브란스 선생의 후원은 기부라는 개념조차 없던 구한말, 우리나라 기부 문화의 시초가 됐다는 역사적 의의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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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은 이렇듯 탄생 자체가 온전히 기부에 의한 것이었다. 또한 현재의 신촌 지역에 위치한 세브란스병원의 여러 건축물들 역시 건물 하나하나가 국민들의 후원으로 지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하루도 끊이지 않는 환자들의 기부금 참여와 사연을 보면서 병원 교직원들은 기부는 여윳돈이 있고 돈이 많은 특정인만 하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미국의 앰디앤더슨 암센터, 메이요클리닉과 같은 의료기관은 기부금이 전체 병원의 1년 수입 중 13% 정도를 차지한다. 수입의 90% 이상을 전적으로 진료 수입에 의존하며 기부금 수입이 2% 정도에 불과한 국내 의료기관의 사정과 사뭇 대조가 된다.

1900년 세브란스병원 건립비를 희사하면서 세브란스 선생은 "받는 당신의 기쁨보다 드리는 나의 기쁨이 더 큽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기부는 연말연시에만 이루어지는 보여주기 행사가 아니리라. 기부는 받은 은혜를 더 큰 사랑으로 환원할 수 있는 선진 국민의 습관이 돼야 하지 않을까.

아울러 기부금을 관리하는 자는 투명한 기부금 관리 규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며, 기부자가 충분히 예후를 받는 문화도 정착이 돼야 한다. 아름다운 기부 문화가 빠른 시간 내에 전국민에게 정착될 수 있는 선진 대한민국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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