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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올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1.5%, 연율 기준으로는 5.9%에 달하는 '깜짝' 성장률을 기록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경기호조로 일본은행의 추가 금융완화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일본 내각부는 올 1~3월 실질 GDP가 개인소비와 설비투자 증대에 힘입어 전분기의 0.2%(연율 0.3%)를 크게 웃도는 성장세를 보였다고 15일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1.0%(연율 4.2%)를 뛰어넘는 수치로 동일본대지진 직후 기저효과로 성장률이 크게 오른 지난 2011년 7~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질 GDP 규모는 535조5,000억엔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8년 1·4분기에 기록한 고점(529조5,000억엔)을 넘어섰다.
성장을 이끈 것은 개인소비와 설비투자다. 특히 4월1일 소비세율 인상 전에 물품을 미리 사두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 가파른 성장으로 이어졌다고 분석된다. 이 기간 개인소비는 전분기 대비 2.1% 늘어 17년 전 1차 소비세율 인상 직전인 1997년 1~3월 이래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설비투자도 전분기 대비 4.9% 늘어 지난 분기의 1.4%를 크게 웃돌았다.
다만 수출은 부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수입이 6.3% 늘어났지만 수출은 6.0% 증가하는 데 그치며 해외 수요가 경제성장률을 -0.3%포인트 끌어내리는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아마리 아키라 일본 경제재생담당상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외수의 성장 기여도가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온 데 대해 "신흥국 경기와 중국 경제의 앞날이 불투명하다"며 "수출이 당초 예상을 밑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1·4분기 경기가 호조를 기록하면서 시장은 소비세율 인상이 반영된 2·4분기 이후의 경기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일단 시장에서는 증세 이후 소비가 상정범위 안에서 둔화되고 있어 경기가 꺾이는 것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블룸버그통신 조사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4~6월 성장률이 -3.3%로 급락했다가 7~9월에는 2%대로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관건은 설비투자와 수출동향이다. 마이니치신문은 "미국 등 세계 경기 회복으로 수출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만 수출과 소비가 예상보다 부진할 경우 기업 설비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치면서 경기냉각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팬마르코어드바이저의 오쿠보 다쿠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경기는 설비투자 회복세 지속 여부에 달려 있다"며 "현재로서는 일본은행이 추가 부양책을 쓸지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