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의 불법 대선자금 등에 관한 청문회는 첫날인 10일부터 증인들의 무더기 불참 사태로 김이 빠졌다.이날 금융감독원과 국세청에 대한 청문회에 채택된 증인 37명 중 불참자는 무려 21명.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사돈인 민경찬씨,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문인 이영로씨, 김정민 전 국민은행 지점장 등 핵심 증인들의 출석 거부로 `반쪽짜리 청문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경찬씨는 청문회 하루전인 9일 “일신상의 이유로 출석할 수 없다”는 사유서를 법사위에 제출했다. 이 밖에 정화삼 청주상공회의소 부회장과 이영로씨 등 8명은 지병 등을 이유로 불참사유서를 냈다.
민경찬씨의 측근인 사채업자 김연수씨 등 2명은 주소지 미확인으로 출석 요구서를 발송하지도 못했고, 민경찬씨의 동생 상철씨 등 2명은 주소는 확인됐으나 출석 요구서가 반송됐다. 나머지는 아예 불참 계획이나 이유를 특별히 밝히지 않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민경찬씨 등 핵심 증인들이 불참한 배경에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김경재 의원은 “일신상의 이유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청문회가 끝난 뒤 민씨가 정말로 출석할 의지가 없었는지를 의원들이 직접 나서서 확인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국회 법사위 소속 의원들의 무성의한 태도가 증인 불참 사태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증인을 신청한 의원이나 당이 출석 요구서를 보낼 증인의 주소를 알려주는 것이 관례이나, 이번에는 법사위에서 100여 명의 명단만 넘겨준 뒤 `알아서 발송하라`고 했다”면서 “이 때문에 주소지를 확인하는 데만 꼬박 며칠이 걸렸다”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