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쇼이치로 회장 경영철학

◎정부 기업간섭완화 집념이 투명한 경영구조구축 주창도요다 쇼이치로 회장(풍전장일랑·73)은 지난해말 총선이 끝난 직후 제일 먼저 하시모토 류타로 당시 총리지명자를 찾아가 서류 한 뭉치를 건네주었다. 「규제완화 추진요망서」이란 제목의 이 서류에는 우선적으로 철폐해야할 4백가지가 넘는 규제사항이 촘촘히 적혀 있었다. 그는 총리에게 『관료에 의존하지 않아도 정책 입안이 가능하도록 정치가 좀더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고언까지 서슴치 않았다. 도요다 회장의 행동을 앞세우는 경영철학과 규제 완화에 대한 집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학박사이기도한 그는 엔지니어 특유의 기질을 발휘, 현장에서 체험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독려한다. 그는 지난 94년 재계의 본산인 경단련회장에 취임한 이후 오랜 관행이었던 밀실주의를 배격하고 「투명한 경단련」을 기치로 내세워 정치헌금을 거부했다. 일부에서 기존관행을 타파한 그의 개혁조치를 「돌연변이」라고 빗대기도 했다. 「신일본 국가개조론」, 「히로이와 리포트」 등 쇼이치로 회장이 그동안 일본사회와 정부를 대상으로 제시했던 주요 개혁프로그램도 이같은 그의 행동철학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그는 최근 몇년간 불황의 늪에 빠져있던 일본열도에 경종을 울리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조타수의 역할을 떠맡고 있다. 『지금은 무엇보다 일본 경제의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민간기업에 대한 정부 개입을 최소한으로 줄여 경제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가정신을 함양해야만 일본이 번영의 길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게 바로 도요다 회장의 일관된 메시지다. 도요타자동차 사장을 역임했던 그가 도요타를 세계일류 기업으로 끌어올리는 데 일익을 맡았던 것은 자유경쟁 원칙 아래 과감한 기술 투자와 창조적인 인재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그는 올초 도요타를 30년이상 지탱해온 무재고생산시스템(JIT)의 결점이 일부 드러나자 이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과감하게 지시했다. 회사의 명암이 걸린 현안에는 과감한 결단력을 발휘한 것이다. 지금의 오쿠다 히로시사장이 수십년간 이어져온 가문세습의 높은 벽을 뚫고 최고경영자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도요다 회장의 인재 등용철학에서 나온 것이다. 오쿠다 사장이 취임이후 도요타자동차의 세계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는 쇼이치로 회장의 국제감각과 폭넓은 인맥이 뒷받침되고있다. 도요다 회장은 이제 도요타 뿐만 아니라 일본을 세계 중심으로 밀고 나가기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정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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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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