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자살이 해마다 급격하게 늘고 있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 사회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식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며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노인들이 잇따르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하고 시급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노인 자살자 `수직상승' 추세 = 13일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1세 이상 노인 자살자 수는 3천653명에 달해 3년 전인 2000년(2천329명)에 비해 무려 56.8%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체 자살자 수는 1만1천794명에서 1만3천5명으로 10.3% 늘어나는데그쳐 노인 자살자 증가율이 전체 자살자 증가율의 5.6배에 달했다.
노인 자살자가 급증하면서 전체 자살자에서 노년층이 차지하는 비율도 갈수록높아지는 추세이다.
2000년에는 노인 자살자가 전체 자살자의 19.7%를 차지했으나, 지난해에는 그비율이 28%에 달해 자살하는 사람중 `4명 가운데 1명 이상'이 61세 이상 노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전체 인구(작년말 기준 4천729만2천여명) 중에서 60세 이상 노인(589만9천여명)이 차지하는 비율이 아직 12.3%인 것을 감안하면그 심각성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노인 자살자 비율은 10만명당 62명으로 10만명당 27명인 전체 자살자 비율의 2.
3배에 달하고 있으며, 일별로 따지면 하루에도 10명의 노인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삶을 마감하고 있다.
◆`노인복지의 부재'가 근본 원인 = 이같은 노인 자살의 급증에 대해 전문가들은 초(超)고령 사회에 접어들지만 노인복지는 찾아보기 힘든 우리 사회의 현실이 초래한 구조적인 문제로 진단했다.
세대간 갈등은 깊어가고 경로사상은 실종 위기에 있지만, 노인들이 경제적 자립을 꾀할 수 있는 토대는 너무나 빈약해 `노년기 삶의 질'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밖에없다는 지적이다.
일본 정부의 국제비교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들은 생계를 `자식에 의존하는경우'가 59%, `근로소득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34%에 달했지만, `공적연금이나 개인연금을 받는 경우'는 11%에 지나지 않았다.
미국이나 독일, 일본 등에서 공적연금을 받는 노인이 85% 안팎에 달하는 것에비하면 우리나라의 노인복지가 얼마나 후진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지 단적으로보여주는 예다.
노인복지에 투입되는 예산도 다른 나라에 비해 형편없이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노인복지 예산이 전체 예산의 15% 수준이며, 인근 일본과 대만도 각각 3.7%, 2.9%에 달하고 있지만 올해 우리나라의 노인복지 예산은 전체 예산의0.4%로 5천여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이러한 `노인복지의 부재'가 전체 노인 가구의 38%를 빈곤 가구로 만들고,"자식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며 아파트에서 투신하거나 목을 매는 노인들이 잇따르도록 만들고 있는 셈이다.
강남대 고양곤 교수는 "선진국의 노인들은 `노인당'을 만들며 노인복지 강화 필요성을 요구하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노인들은 조용히 `자살'로생을 마감한다"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노령화가 진행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감안해 노인복지 강화와 관련예산 확충에 하루빨리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