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자충수 둔 현대차 노조

울산 도심 곳곳서 파업 정당성 홍보 나섰다가<br>"돈 더 받아내기 위해 사실 왜곡" 비난 쏟아져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 없음

현대자동차 노조가 울산 도심 곳곳에서 '파업의 정당성'을 홍보하고 나섰다가 시민들로부터 '귀족 노조의 명분 없는 파업'이라는 질타를 받았다. 불리한 여론을 바꾸려다가 되레 비판을 받아 스타일만 구긴 셈이다.

현대차 노조 조합원 150여명은 26일 울산 도심 곳곳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사측의 불성실한 교섭 때문에 불가피하게 파업하게 됐다"며 "이른 시일 내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가두 홍보전을 펼쳤다.


노조가 임단협과 관련해 울산 시민들을 상대로 직접 홍보전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는 "고연봉 노동자들의 배부른 투쟁이라는 주장은 왜곡된 것"이라며 "20년 근무한 조합원의 기본급은 200만원이 채 안 되고 잔업과 특근을 해야 생활임금이 확보되는 저임금 구조"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 때문에 대한민국 연간 평균 노동시간인 2,193시간을 훨씬 웃도는 2,678시간의 노동에 내몰려 올 상반기에만 과로사로 23명이 사망하는 등 최근 7년간 196명의 조합원이 사망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벌이는 현대차 노조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울산 롯데호텔 앞에서는 홍보전을 벌이는 조합원과 파업을 반대하는 시민 간 실랑이가 벌어지는 해프닝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시청 앞 버스정류소에서 만난 한 시민은 "평균 연봉 9,400만원을 받는 현대차 노동자를 보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며 "대화로 풀 수 있는 문제를 파업까지 끌고 간 노조가 더 받아내기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해 홍보전을 펼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세계적인 불황에 서민들은 생활고를 걱정하고 있는데 현대차 노조는 1억원에 가까운 연봉에도 불구하고 더 받기 위해 파업에 나서는 것 아니냐"며 "이같이 (홍보전을) 펼쳐도 누가 노조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겠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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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의 임금을 나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울산 중구에서 사업을 하는 A씨는 "1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쪼개서 비정규직 노조원에게 나눠주면 모두 윈윈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노력이라도 기울여야 노조를 다시 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측도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현대차에 따르면 20년 근무를 한 근로자의 기본급은 199만원이다. 하지만 기본급 외에 매월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각종 수당과 상여금 등만 224만원에 달한다. 다시 말해 20년 근무자의 한 달 고정급여가 423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여기에 연장근로와 휴일특근을 할 경우 성과급과 일시금을 제외하고 총 635만원의 급여를 수령한다.

근로 시간의 경우 올해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가 시행돼 잔업ㆍ특근을 포함하더라도 산업 평균 수준보다 낮은 연간 2,100~2,200시간이 될 것이라고 회사 측은 주장했다. 이어 과로사 부분에 대해서도 올 상반기 근로자 가운데 개인 질병으로 사망한 인원은 총 20명이며 이 또한 모두를 과로사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시민들을 호도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노조가 임금과 근로시간에 대한 홍보를 하고 나선 하는 것은 귀족노조라는 비난을 면하기 위한 행위"라고 꼬집었다.

현대차 노조는 27일 제20차 본교섭을 재개한다. 본교섭에서 사측이 일괄제시안을 내놓지 않으면 파업 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한편 노조는 이날에도 총 9시간의 부분파업을 이어갔다. 지난 20일부터 26일 현재까지 노조의 파업으로 1만9,441대의 생산차질과 3,987억원의 매출손실액이 발생한 것으로 현대차는 집계했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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