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총수는 발벗고 나서고 있지만 요즘같은 상황에선 자신의 기업까지 위험에 빠질 수도 있어 대부분의 총수는 마음만 앞설 뿐 지원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대우그룹의 경영난으로 요즘 가장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총수는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 금호와 대우는 지난 94년 朴회장의 장녀 은형씨가 金회장의 차남 선협씨에게 출가한 사돈기업. 朴회장과 金회장은 연세대 동문이기도 하다.
금호는 자금난에 허덕이는 대우그룹의 대우경제연구소에 출자를 약속하는 등 측면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대우의 위기탈출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호 관계자는 『朴회장이 대우를 지원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결과가 여의치않아 요즘 심기가 좋지않다』고 전했다.
정몽구 현대그룹 회장도 사돈기업인 강원산업이 워크아웃 대상으로 지정되자 이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鄭회장은 특히 계열사인 인천제철이 강원산업을 합병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추진, 사돈의 위기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鄭회장의 외아들 의선씨는 정도원 강원산업 부회장의 자녀를 부인으로 두고 있다. 인천제철이 강원산업을 인수할 경우 강원산업은 레미콘 제조업체인 삼표산업 등을 통해 재기를 꾀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앞서 절친한 친구로 알려진 이건희 삼성 회장과 김석원 쌍용 회장, 형제인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과 정인영 한라 명예회장 등도 쌍용과 한라가 어려움에 빠지면서 특수관계가 더욱 부각된 케이스.
삼성그룹은 지난 97년 쌍용그룹이 어려움에 빠지자 삼성자동차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결국 포기했다. 쌍용은 98년 초 대우에 인수됐다.
현대와 한라는 한동안 서먹한 사이였으나 한라가 위기에 직면하자 현대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지시로 적지않은 자금을 한라에 쏟아부었고 이에 따른 후유증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상태. 그러나 현대는 한라중공업을 인수할 경우 현대까지 어려워질 것을 우려, 인수 가능성을 적극 부인하고 있다.
정승량 기자S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