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기] [갈수록 커지는 지하경제] 양극화 되는 사행산업

마사회·강원랜드 손님 줄고 사설경마·불법 도박은 성행<br>상가·아파트·외국 사이트 등 활용 음지서 활동<br> '먹튀구조' 다단계 활개… 각계 각층 급속 확산도


사행산업이 양극화하고 있다. 불황으로 인한 한탕주의, 사행성 산업의 만연을 취재하자는 기획에 따라 현장을 점검해본 바 의외의 결과가 나타났다. 불황이면 성행한다는 통설과 달리 사행산업이 오히려 위축되고 있었다. 마사회나 강원랜드 등의 입장객이 올 들어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의 이유는 간단했다. 지하로 스며들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사행산업이라도 세금을 내 국가와 지방재정에 보탬이 되는 합법 사행산업은 위축되는 반면 불법 사행산업은 성행하면서 사회적 부작용뿐 아니라 세수 감소로 인한 재정 압박으로 이어져 불황의 골이 더욱 깊게 파일 것으로 우려된다. 불황과 한탕주의, 갈팡질팡 규제가 맞물린 한국의 사행성 산업은 세 가지 특징 속에서 번지고 있다. ▦빠르게 지하산업화하며 ▦영역과 수법이 다양해지고 ▦학생과 주부ㆍ직장인ㆍ퇴직자를 가리지 않고 각계각층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음지화하는 경마산업=지난 4월23일 과천 서울경마장. 주말인데도 빈 좌석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하루 평균 2만3,000명에 이르던 입장객 수가 올 들어 2만여명 안짝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불황일수록 복권 판매나 경마 같은 사행성 산업이 흥한다는 통설과 다른 현상이 빚어질 만큼 경기가 나쁜 것일까’라는 의문은 경마장 주변의 택시 운전기사들과의 대화를 통해 바로 풀렸다. 경마꾼은 결코 줄지 않았다. 사설경마로 옮겼을 뿐이다. 한적한 기운마저 느껴지는 과천 경마장을 뒤로 하고 찾아간 서울 강동 지역의 마사회 지점. 경주마가 실제로 달리는 게 아니라 화상을 통해 베팅하는 곳이지만 경마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입구부터 사설경마 전단지가 버젓하게 널려 있다. 경주가 임박해 전화기를 붙들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사설경마꾼이라는 귀띔에 주변을 살펴보니 층계마다 전화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공인된 화상경마장인 이곳보다 더 활발하게 움직이는 곳이 있다. 바로 사설경마업소다. 상가나 아파트를 빌려 화상을 연결하거나 외국에 사이트를 두고 인터넷으로 마권을 사고파는 형태의 사설경마장은 엄연히 불법인데도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사설경마장의 폭증 요인은 ‘당근’에 있다. 세금을 내지 않는 만큼 배당률이 높다. 돈을 잃으면 세금만큼 돌려주기도 하기에 불법이지만 사설경마장에는 사람이 몰린다. 지난해에는 마사회 지점보다 19배의 수익을 올리던 한 사설경마장이 적발된 적도 있다. 장사가 잘되는 업종의 업체 수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지사. 제도적 보완이나 대규모 단속이 없는 한 불법 경마장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국가와 개인 모두 피해를 입는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사설경마는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아 정부의 세입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한몫 잡으려던 개인도 결국은 털리고 말아 더욱 빈곤해질 수밖에 없다. 사설경마로 재산을 잃은 개인들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2차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크다. ◇온라인도 불법 도박장화=젊은 세대도 불황 속에 포커나 바카라 같은 불법 도박에 빠져들고 있다. 연초 일부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의 불법 온라인 도박의 적발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2007년 이후 해마다 두배 이상의 폭증세에 올라섰다. 2005년 바다이야기 스캔들 이후 위축된 오프라인 사행성 도박장의 빈자리를 온라인이 점유해버리는 양상이다.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돈의 단위도 상상 이상이다. 단 한 곳의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2조원대에 이르는 판돈이 오간 적도 있다. 더욱이 사이버 머니를 불법적으로 거래하는 사이트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이로 인한 연쇄적인 파장이 우려된다. 특히 청소년 계층이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컴퓨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청소년들의 온라인 도박이 확산돼 사이버 머니를 마련하기 위한 새로운 범죄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까지 형성될 조짐이다. 단기간에 사이버 머니를 축적하기 위한 해킹프로그램의 적발건수가 2008년 506건으로 전년 대비 두배 이상 증가한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에는 자동적으로 사이버 머니를 축적할 수 있는 ‘자동사냥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김성훈 안철수연구소 제품기획팀 과장은 “대부분 중국에서 개발되는 이들 프로그램에 대응할 해당 백신을 개발, 배포하고 있지만 5분도 안 돼 변종 프로그램이 등장하는 등 고도화ㆍ지능화해 대처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IT강국이 불법 온라인 도박과 약탈의 강국으로 변질되며 청소년들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먹튀 구조’ 신종 다단계 활개=“미국 유학파 출신의 엘리트들이 번듯한 사무실에서 해외펀드 투자나 획기적 대체에너지 개발이라는 청사진을 늘어놓는데 다단계라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들지 않았어요. 이제는 눈치챘지만 빠질 생각도 없습니다. 내가 끌어들인 친구ㆍ친척에게 연쇄적으로 피해가 돌아갈 것 같아서요. 미련도 좀 남아 있고….” 일산에 거주하는 김모(51ㆍ여)씨는 현금성 다단계의 전형적인 피해자. 정수기나 장판 같은 실물을 동반하지 않고 경마나 상품권, 해외 실버타운 개발 등 적발될 경우 업주 현금을 들고 도망갈 수 있는 ‘먹튀형’이 유행하고 있다. 장외 비상장 주식의 수익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며 벤처 펀드와 부실채권 다단계도 등장했다. 신종 다단계는 겉만 그럴 듯하게 포장했을 뿐 기본적으로 끊임없이 증식해야 수익을 올리고 종국에는 신규회원이 피해를 뒤집어쓰는 구조는 이전 다단계와 동일하다. 서울경제신문이 서울과 6개 광역시의 주요 11개 구청에 등록된 방판업체 수를 파악한 결과 올 들어 2월까지 등록된 방판업자는 5,068개로 전년보다 14.1% 늘어났다. 특히 이는 연초 단속이 집중된 가운데 나온 실적이어서 불법 다단계 업체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불법 다단계 업계에서는 ‘5월부터 단속이 느슨해질 것’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 특별취재팀- 권홍우 편집위원, 서민우ㆍ진영태(사회부), 이승현(국제부), 김태성(생활산업부), 임진혁ㆍ윤경환(증권부), 탁시균ㆍ조은지(편집부), 김경미(부동산부), 김지아(문화레저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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