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줄이기」 속 유망사업 투자 가속/총수 젊은세대로 과감 교체… 소그룹·팀제 점차 확산/“정보통신 등 21세기 사활걸자” 조직·인력 대폭 보강도「작아야 산다.」 올해 재계에 나타난 조직개편의 가장 큰 특징이다. 주요그룹들은 연말인사와함께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유사부서 통폐합, 스텝조직의 개편 등에서 「몸집줄이기」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경기불황에 따른 인력감축, 급변하는 환경에 신속한 대응을 위한 전략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유망사업으로의 전열정비와 자율·책임경영을 위해 소그룹체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몸집줄이기에서 주요기업들은 영업등 소위 「돈버는 부서」를 강화하기 위해 관리등 간접부문 인력에 대한 대대적인 전진배치를 추진하면서 관련조직을 축소하고 있다. 특히 기조실 조직의 축소는 이같은 경향의 대표적인 예. 삼성그룹은 비서실을 8개팀에서 5개팀으로 통폐합하고, 인력도 2백명에서 1백30명선으로 크게 줄였다. LG도 회장실 인력을 1백50여명에서 1백20여명으로 20% 가량 줄이면서 해외M&A팀을 신설, 세계화에 대한 의지를 표출했다.
선경도 경영기획실 인력을 20%가량 줄여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조직전체를 크게 줄인 회사도 많다. 쌍룡의 모기업인 양회는 서울본사와 지방공장의 총 90개팀 가운데 유사부서를 통폐합, 40개팀을 없앴다.
경량화바람에 따른 개편은 명예퇴직제와 함께 팀제의 확산으로 ▲팀장부장 아래 부장이 팀원으로 배치하는 체계를 비롯 ▲직급·직책분리제(임금과 연계되는 직급과 조직관리상의 책임을 갖는 직책을 분리운영하는 제도) ▲직급정년제(일정기간이 지나서 상위직급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물러나도록 하는 것)등이 늘어났다.
한계부서의 축소, 유망사업분야의 확대도 올 조직개편의 두드러진 특징. 삼성, LG전자 등은 가전 관련 사업부는 대폭 통폐합하는 반면 정보통신·멀티미디어등 미래유망사업에 관한 조직을 강화하는 동시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멀티미디어분야를 21세기전략사업으로 정한 삼성은 대표이사 직속으로 「멀티미디어총괄」조직을 설치하고, 산하에 3개의 사업본부를 배치했다. 이 개편에서 삼성은 컬러TV·오디오비디오(AV)제품을 축으로 하는 AV본부와 PC및 주변기기사업의 정보기기본부를 통합했다. 특히 기존 AV사업부와 정보기기본부가 각자 추진하던 디지털비디오디스크, CD롬분야를 「디지털미디어본부」로 통합해 중복투자를 막고 신규사업에 대한 연구인력을 대폭 보강했다.
LG전자도 멀티미디어산업등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기로 하고 10개전략사업단위를 4개사업본부로 축소시켰다. 특히 영상음향과 관련된 사업부와 생활가전사업부를 대폭 감축하는 대신 영상미디어부문을 보강했다. 해태전자도 인켈과 나우정밀을 통합하는 것을 계기로 AV중심의 기존사업구조를 개편할 방침이다. 무공은 본사조직을 줄이는 대신 해외무역관 기능을 64개국·82개무역관에서 77개국·1백13개로 확대했다.
소그룹체제 확대도 큰 특징. 특히 젊은 총수로 세대교체를 한 기업에서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나는 정몽원 신임회장의 선임과 함께 ▲건설 및 엔지니어링 ▲유통 및 서비스군 ▲중화학공업군 ▲시멘트 ▲자동차부품군 등 5개 소그룹으로 분할해 소그룹장을 임명했다. 한라는 소그룹장에게 소속 계열사의 경영전반에 관한 권한을 부여하되 성과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공과를 따지는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지난 94년 소그룹제를 도입한 삼성은 지난 18일 사장단인사와 함께 기존의 전자, 기계, 화학, 금융소그룹 등 4개외에 의료, 자동차소그룹을 신설했다. 현대도 올해초 회장단의 교체와 함께 정몽구 그룹회장이 종합상사와 정공, 정몽헌 그룹부회장이 건설과 전자, 정몽규 자동차회장이 자동차를 담당하는 사실상의 소그룹체제다.
LG·한화도 전계열사들을 대상으로 업무의 유사성과 연관성이 있는 사업부문들을 묶어 소그룹장의 자율과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있다.<김희중·이용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