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특검 수사 속의 6.15선언 3주년

2000년 6월15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6.15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된 지 내일로 3주년을 맞는다. 북측의 이행의지 결여로 인해 이 선언의 의미는 상당히 퇴색된 게 사실이나 올해는 특히 남북정상회담 직전에 이뤄진 대북송금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의 수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선언3주년을 맞게 됐다는 점에서 착잡한 감회를 금할 수 없다. 현대상선의 4,000억원 대북송금 사건에 대한 특검수사의 핵심은 이 돈이 남북정상회담의 대가인지 여부를 가리는 것에 모아지고 있다. 이 회담에 관여한 김대중 정부의 관계자들은 이 돈이 현대의 대북사업 독점계약에 따른 대가이지 정상회담의 대가는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수사 결과 이 돈은 사업대가와 회담대가의 양면성을 띠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회담대가의 성격이 상당하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정상회담을 주선한 김대중 정부의 핵심 관계자들이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되고 있는 상황이 그 같은 정황을 뒷받침하고 있다. 6.15공동선언이 퇴색된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북한이 6.15선언의 정신을 위반한 데 있다. 남북정상회담 직후 한때 남북간에는 경제에서 군사에 이르기 까지 다방면에서 교류가 봇물 터지듯 했고, 이산가족 상봉도 이루어졌다. 그러다 2001년 미국에서 공화당의 부시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북미관계가 경색되기 시작하면서 남북관계도 냉각됐다. 지난해 6월에는 서해에서 북한해군의 무력도발이 자행됐고, 10월에는 북한이 미국에 핵 보유 사실을 공언함으로써 한반도에 긴장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남한에서 월드컵축구 대회가 열리고 있는 때에 서해에서 무력도발을 한 것이나, 북한의 핵 보유 공언은 남북간의 교류협력과 평화정착을 근간으로 한 6.15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다. 북한의 이 같은 자세로 인해 남북정상회담은 퇴색됐고, 그 연장선에서 대북송금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가 이뤄지게 됐다. 송금사건의 최대 관심사는 김대중 전대통령에 대한 수사 여부인데 대통령이 대북송금을 명시적으로 지시한 증거가 없는 한 수사는 어렵다고 할 것이고, 결국 대통령 측근들의 공명심과 과잉충성이 빚은 불법대출 사건으로 귀결될 전망이다. 남북정상회담과 송금과의 연계성이 밝혀진다 해서 6.15공동선언의 본질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남북관계는 외형적으로는 아직 경직돼 있으나, 6.15선언을 계기로 질적인 변화가 이뤄진 것은 사실이다. 단속(斷續)은 있으나 남북철도연결 등 교류협력도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송금수사를 계기로 앞으로의 남북관계를 보다 투명화 제도화 함으로써 6.15정신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 <조영훈기자 dubb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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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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