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농산물·상품 개방폭 안갯속… '깜깜이 FTA'

APEC서 한중FTA 타결 가능성 높다는데…

1200개 초민감 품목 비공개

전격 합의로 일괄 타결땐 내용따라 후폭풍 상당할 듯

지난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후 재협상 등의 과정을 겪으면서 '자동차를 지키기 위해 쇠고기 시장 내줬다'는 엄청난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졸속으로 농가 피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타결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일각에서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협상이 자칫 시기에 쫓겨 우리 농수산물 시장을 내주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협상 전략상 구체적인 진전 사항을 밝히기 어려운 게 정부 입장이지만 타결과 타결 근접 분야 16개 항목을 제외하더라도 6개 쟁점 항목의 일괄 타결이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는 탓이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윤상직 장관은 이날 가오후청 중국 상무부장과 만나지 않고 실무진의 협상 결과만 보고 받았다. 실무회담에서 쟁점들을 정리한 뒤 최종적으로 정무적 판단이 필요할 때 양국 장관들이 머리를 맞대겠다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핵심 쟁점 이외에서는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며 "타결이 보장된 것은 아니지만 타결이 된다면 정상회담에서 밝히는 것은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협상에 임하고 있는 정부 관계자는 "계속된 협상을 통해 타결 선언이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며 "장관급 협상은 정상회담 직전 한 번 정도 더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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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쟁점 분야인 상품과 서비스 등 6개 항목에 대한 협상 내용이 전혀 전해지지 않으면서 '깜깜이 FTA'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무려 6개의 항목이 전격 합의 형태로 일괄 타결되면 내용에 따라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우리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와 석유화학, 철강 등의 조기 개방이 이뤄지더라도 농수산물시장 개방의 폭이 클 경우 파장은 엄청나다. 현재 정부는 총 12,232개 품목 중 10%로 정할 수 있는 초민감품목군(HST, 양허제외·쿼터·계절관세·관세부분감축) 1,232개 가운데 약 1,200여개 품목을 농수산물로 채웠다. 중국은 이 같은 조치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남영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아마 정부 대표단들도 그런 지적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며 그만큼 심한 압박 속에서 협상에 임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언론과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의 조사에 따르면 한중 FTA 체결로 인한 우리 농수산업 생산은 2020년 최대 20%까지 감소가 예상된다. 금액으로는 3조3,600억원으로 정부가 집계한 한미 FTA에 따른 농업 피해액 8,150억원의 4배가 넘는 수치다. 시한에 쫓긴 '깜깜이 FTA'의 결과가 졸속으로 마무리돼서는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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