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출신 노벨상 수상자 앨런 맥더미드 박사는 작지만 강한 나라 또는 기업, 예를 들면 한국과 삼성 등의 성장동력을 분석하고 이런 결론을 내렸다. “과학은 곧 사람이다(Science=People).” 이는 두 가지 점을 생각하게 해준다.
첫째, 대한민국의 위상이 많은 나라들의 주목을 받고 분석 대상이 될 만큼 신장했다는 점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 따르면 우리의 과학경쟁력은 세계 5위, 기술경쟁력은 세계 14위 수준이며 국민총생산(GNP) 대비 연구개발투자도 3.47%로 이스라엘ㆍ스웨덴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지난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설립 당시의 과학기술 황무지 상태에서 불과 40여년 만에 이룩한 대단한 발전이다.
경쟁력있는 과학자 양성 場돼야
둘째, 이처럼 괄목할 만한 발전은 결국 우수한 과학기술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이다. 높은 교육열과 타고난 근면성을 바탕으로 한 우리민족의 우수성은 이미 지구촌 곳곳에서 인정받고 있다. 단적인 예로 필자가 지난해 세계한민족과학기술자공동협의회 참석차 방문했던 카자흐스탄에는 고려인이 전체인구의 0.5%에 불과하지만 과학기술 분야는 물론 주요 분야에서 당당하게 인정받고 있는 것을 보고 가슴 찡한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오늘날 많은 나라들은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수단으로서 과학기술발전과 창의적 인재양성을 위해 온갖 노력을 쏟아 붓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다. 그동안 숨가쁘게 달려온 대한민국이 당면한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진정한 선진일류국가ㆍ과학기술강국으로 가기 위해 과학기술과 인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이언스 와이드(WIDE)’ 프로젝트를 주목하게 된다. 청소년 대상 과학문화 활동과 학교 과학교육을 연계함으로써 과학교육의 저변을 넓히고(WIDE), 나아가 더욱 풍요롭고(Wealth), 지혜롭고(Intelligence), 즐겁고(Selight), 효율적인(Efficiency) 사회를 구현해나간다는 것이다. 수학ㆍ과학교육 내실화, 학교 밖 과학교육 활성화, 사이언스 TV 육성과 함께 과학관을 활용한 과학교육ㆍ문화활동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세계 주요도시를 방문하면 예외 없이 찾아볼 수 있는 크고 작은 과학관은 청소년은 물론 온가족이 쉽게 접근해 과학세계에 빠져볼 수 있는 기본 시설 중 하나이다.
지난해 말 국립과천과학관이 문을 열었다. 조상의 지혜가 담긴 전통과학부터 로봇ㆍ생명과학ㆍ정보통신ㆍ우주항공 등 첨단과학에 이르기까지 4,000여점의 전시품을 갖는 등 세계 어느 과학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수출규모가 4,000억달러가 넘는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면서도 그동안 수도권에 반듯한 과학관이 없는 것을 안타까워하던 과학기술계의 오랜 숙원이 이뤄진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훌륭한 시설에 걸맞게 많은 사람이 계속 찾고 싶어 하는 ‘즐기고, 느끼며, 감동하는’ 과학관으로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성공적인 과학관 운영을 위해서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전시물의 보완ㆍ유지ㆍ보수와 지속적인 콘텐츠 개발, 그리고 전문 인력의 확보가 핵심이다. 과학관은 미국ㆍ영국ㆍ일본 등 세계 각국의 예에서 보듯이 국내는 물론 외국 관람객이 많이 찾는 그 나라의 얼굴이 되기도 한다. 행여 운영인력이나 예산부족으로 고장나거나 시대에 뒤진 전시물이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정부 차원의 깊은 이해와 관심이 필요하다.
지속적 운영예산·인력 지원을
정부의 예산지원과 함께 자체 노력이 중요함은 물론이다. 예를 들면 요즘 과학관에 가면 ‘과우봉사단’이라는 어깨띠를 두른 은퇴 과학기술자들이 어린 학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고 질문받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듯이 과학기술인이라는 자긍심 하나로 사회봉사에 선뜻 팔 걷고 나설 원로 과학기술인과의 협력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앞으로 과천과학관이 우주비행체를 본뜬 건물 모양처럼 미래를 향해 도약하는 우리 과학기술력의 상징이 되고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국민들에게는 과학기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통한 합리적ㆍ과학적 사고를 함양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