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실수요자 돈줄 숨통 트일듯

"투기잡기 보다 실수요자 피해줄이자" 규제완화 나서<br>신혼·미취학아동 가정 60%적용 '집마련 기회' 확대<br>소득 증명 어려운 자영업자등엔 추정소득 인정 추진


은행들이 6억원 이하의 아파트와 신혼부부 등에 대해 기존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해 적용하고 소득증빙이 어려운 자영업자의 소득파악 방식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둔 여신심사 기준안을 마련한 것은 주택담보대출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규제할 경우 투기를 잡기보다는 서민과 실수요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투기지역을 벗어나거나 감정가 6억원 이하의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실수요자들에게는 주택자금 마련에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그러나 최근 집값이 크게 올라 6억원 이상의 아파트가 흔해졌고, 이를 사려는 실수요자층은 여신심사 예외조항에 포함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자금 마련에 애를 먹을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은 이번 여신심사 기준을 마련하면서 DTI 규제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계층을 최소화하는 데 역점을 뒀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연소득이 적지만 앞으로 소득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높은 신혼부부에 대해서는 60%까지 DTI를 적용할 수 있게 한 것은 실수요자에게 내집 마련의 기회를 넓혀주는 동시에 미래 상환능력까지 파악한 조치로 분석된다. 우리은행은 신혼부부와 미취학 아동을 둔 차주에게는 DTI 60%, 중고생 자녀를 둔 학부모와 개인사업자는 DTI 50%를 각각 적용하는 방안을 제출했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중고생 자녀를 둔 학부모일 경우 교육비를 포함해 생활비 지출이 많기 때문에 신혼부부 등에 비해 상환여력이 떨어질 수 있어 DTI비율을 더 낮게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득증빙이 어려워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자영업자를 구제하기 위한 고심도 엿보인다. 우리은행은 소득증빙이 어려운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부부합산 보험료와 카드사용액 등을 소득증빙 범위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제출했다. 하나은행도 통계청 등의 자료를 활용해 추정소득을 인정하는 안을 포함했다. 여기에 긴급자금으로 건당 5,000만원까지 DTI 적용을 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넣었다. 집값과 지역에 관계없이 DTI 40%를 일괄적용한다는 방침을 먼저 발표한 바 있는 국민은행도 실수요자를 구제하기 위한 세부적인 예외조항을 마련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당초 타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풍선효과로 국민은행에 대출 수요가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강력한 규제책을 채택했지만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은행권의 여신심사 기준안을 토대로 이달 말까지 여신심사 모범규준을 마련, 시행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대출규제가 은행들의 자율 기준이라고 강조하지만 감독당국의 ‘말 한마디’에 은행들이 전면적으로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했던 사례를 되짚어보면 새로운 모범규준은 사실상 은행권의 새로운 여신심사 체계로 굳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은행마다 대출여건이나 고객층이 다른 상황에서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심사체계는 결국 은행의 자율성을 해치는 동시에 또 다른 실수요자의 피해를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실수요자 피해를 막기 위해 예외조항을 마련한다고 해도 일부 자금수요자들은 여전히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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