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금융위기에서 벗어난 뒤 회복세를 보이는 줄만 알았던 미국 경제가 올 상반기 이후 심각한 부진에 빠져 있었음을 드러냈다. 지난 2ㆍ4분기까지 미국의 GDP 성장률이 8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가기는 했지만 시장에서는 미국 경제가 사실상 침체의 기로로 접어들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 부채 상한 증액 협상을 둘러싼 디폴트와 신용등급 강등 우려 속에서 드러난 미국의 경기둔화 실상은 미국발(發) 경제위기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고조시키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3차 양적완화(QE3) 논란에 다시 불을 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발표된 2ㆍ4분기 GDP 성장률 예비치와 개정된 1ㆍ4분기 성장률 등 일련의 지표는 2008년의 금융위기가 미국 경제에 예상했던 것보다 큰 상처를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에서 벗어난 후에도 미국 경제는 기대했던 수준의 성장궤도로 올라서지 못했고 올 상반기 들어 다시 심각한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지표는 보여주고 있다.
이날 상무부가 발표한 2003년 이후 연간 GDP 개정치에 따르면 2007년 4ㆍ4분기에서 2009년 2ㆍ4분기까지 미 GDP는 5.1%나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당초 발표됐던 4.1%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2007~2010년 연평균 GDP 성장률은 -0.3%에 그쳤다.
지난해 4ㆍ4분기 이후 분기별 GDP 성장률은 대폭 하향조정됐다. 1.9%의 플러스 성장으로 알려졌던 1ㆍ4분기 GDP는 기업들의 재고 감소와 수입 증대 등으로 0.4% 증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으며 2ㆍ4분기 성장률도 1.3%에 머물렀다. 이는 미국의 잠재성장률인 2%대 후반을 크게 밑돈 것은 물론 시장의 예상치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6월 현재 실업률이 9.2%로 올라선 고용 부진과 소득 증가세 둔화, 고물가 속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데다 일본 대지진 여파에 따른 공급감소 등 대외 악재까지 겹치면서 미국이 경기회복의 모멘텀을 상실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의 부채협상 난항으로 디폴트 및 신용등급 강등 우려가 제기되는 등 미국 경제의 시계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투명해지면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미 제철업체인 뉴코의 댄 디미코 최고경영자(CEO)도 "최근의 경제 지표들은 미국 경제가 여전히 불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성장궤도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필라델피아 소재 재니 몽고메리 스콧의 가이 르바스 스트래티지스트는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이 지출을 꺼리면서 경제를 침체 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하반기 경기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