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참패로 성난 민심을 확인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정국반전을 위해 우파 성향의 총리를 기용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저녁 TV연설에서 선거패배를 인정하며 마뉘엘 발스(51·사진) 내무장관을 새 총리에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국민은 선거를 통해 불만을 명백히 드러냈다. 불충분한 개혁과 사회정의, 너무 많은 실업과 세금, 비효율적 국정운영을 책망하는 목소리를 확실히 들었다"면서 "이제 발스가 변화를 위해 '싸우는 정부'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장마르크 에로 총리는 이날 앞서 150여개 시장직을 우파 야권에 빼앗긴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스페인계인 발스 총리 지명자는 집권 좌파 사회당 소속이지만 '사회당의 니콜라 사르코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강한 우익성향을 보이고 있다. 독일·스칸디나비아 등지의 보수 사회민주주의 정당과 정치 지향이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대선 때 당내 경선에 출마하기도 했던 그는 내무장관으로서 이민자·범죄 문제에 엄격히 대처하고 강력한 경제개혁을 주장하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지율은 40%대 후반으로 올랑드(20% 안팎)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발스 지명자는 취임 후 새 내각을 구성하고 올랑드 정권이 내세운 개혁정책을 실행할 예정이다. 국내외 언론은 미적지근한 개혁으로 비판받는 재무장관을 교체 1순위로 꼽는다.
우익 성향의 총리 임명은 전통적 지지기반인 공무원과 노동자 세력을 잃더라도 경제개혁에 전념하겠다는 올랑드 정권의 승부수로 보인다. 올랑드는 지난달 31일 연설에서 기업에 감세혜택을 주는 대신 고용을 늘리는 '책임협약' 등의 정책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공무원·노동자 집단이 반대하는 책임협약, 그리고 500억유로 상당의 공공 부문 지출감축 같은 친기업·긴축 정책은 사회당 내부에서 분석한 이번 선거의 결정적 패인이다. 다만 올랑드는 이날 노동자의 세금과 생활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서민을 달래려는 모습도 보였다.
또 다른 성적평가가 될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둔 사회당으로서는 충격요법이 시급하다. 그러나 우파 총리를 등용하고 일부 개각을 하는 정도로 민심을 되돌리기는 어렵다고 현지 언론들은 지적한다. 국내 좌우분열이 뚜렷한 상황에서 자칫 지지기반 상실만 공고히 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영매체인 RFI는 "프랑스가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에 대해 올랑드는 답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