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중소기업 "차라리 문닫고 싶다"

강화된 환경기준따라 고가설비 불가피새 폐수처리장 설치엔 부지확보·비용 큰 부담 인천 남동 공단에서 5년째 도금회사를 운영하는 D사의 P사장은 요즘 공장문을 닫을지 여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자동차용 너트를 아연 도금처리하는 이 회사의 연간 매출은 4억원 정도지만 올해 내로 1억원 짜리 환경설비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비용도 만만찮지만 더욱 큰 문제는 200평 남짓한 폐수처리장을 설치할 공간도 없다는 점이다. 10여 년 전부터 공장이 들어선 공단 내에 자리잡아 남의 공장을 헐지 않으면 빈 땅을 확보할 수 없는 까닭이다. D사의 고민은 환경부가 2년 전 수질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개정한데서 비롯되고 있다. 환경부는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질소폐수 배출을 억제 위해 전국의 모든 사업장에 대해 질소폐수 배출허용기준을 60mg/ℓ로 제한하는 내용의 수질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개정,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화학적 방법으로 처리하는 기존 폐수처리장외에 미생물법에 의한 새로운 폐수처리장을 설치해야 한다. 미생물법에 의한 폐수처리장은 조정ㆍ분배ㆍ침전ㆍ배수조등 여러 단계의 수조를 거치면서 질소를 걸러내기 때문에 적어도 100평이상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새 환경기준이 적용되는 사업장은 질소ㆍ인을 배출하는 모든 사업장으로 철강과 석유화학ㆍ비료ㆍ피혁ㆍ도금업종등 1만 여 곳이 해당된다. 철강과 석유화학등 대기업 업종은 투자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임해지역에 위치해 여유부지 확보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피혁ㆍ도금등 중소기업들은 부지확보도 녹록치 않고 설치비용도 큰 부담이어서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산자부에 따르면 피혁과 도금업체의 평균 매출은 10억,7000만원과 6억7,000만원에 그치고 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매출 2억원 미만의 영세기업이다. 이에 대한 환경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중소기업의 부담이 크고 부지확보도 여의치 않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수질환경 보전을 위해선 새 환경기준 시행이 불가피하다는 것. 환경부 관계자는 "2년 전에 입법예고를 해 충분한 시간을 줬고 특정 업체와 업종을 예외로 한다면 환경정책은 공염불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산자부는 오는 2007년까지 전국 300여개 하수종말처리장에 대한 탈질 설비 추가 투자(3조5,000억원)가 이뤄져 하수처리장에서 배출되는 질소량이 20mg/ℓ로 충분히 줄어드는 만큼 업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시행 대상과 시기를 조정할 것을 환경부에 요청할 방침이다. 권구찬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