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월요초대석] 양천식 수출입은행장

"해외자원개발 탐사단계부터 지원" <br>올해 4,500억원으로 늘려…지분참여 계획<br>영화·법률자문·컨설팅등 서비스 수출도 지원<br>중소기업 무담보 소액 대출도 50% 늘릴것


“국내 기업의 해외자원개발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올해부터는 리스크가 높은 자원탐사 단계에서부터 금융지원을 하고 국내기업의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수출입은행이 지분을 참여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양천식(57ㆍ사진) 수출입은행장은 “올해 국가적 차원의 정책과제로 떠오른 에너지 확보에 집중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 행장은 아울러 “해외로 진출하는 기업들을 현실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수출입은행의 체질을 개선시켜나가겠다”며 “그동안 해외진출 기업에 대한 단순 금융지원을 넘어 해외시장에 대한 정보 제공과 컨설팅 기능까지 담당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기업들이 국내에서 쌓은 노하우를 해외에서 발휘할 때가 됐다”며 “정부가 최근 발표한 해외투자 활성화 대책이 우리나라의 국제 수지 변화에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각국이 자원확보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도 에너지 확보를 위해 해외에 적극 나가고 있는데 이 부문에 대한 지원계획을 말씀해주시지요. ▦에너지 개발의 중요성이 높아졌습니다. 올해 (수은의) 자원개발사업 지원 규모를 지난해의 두배 수준인 4,500억원으로 늘려 잡았습니다. 또 과거에는 금융지원을 하지 않았던 탐사사업으로 지원 대상을 넓혔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이 사업 시작단계부터 수은이 간여해 국내 기업들의 참여 기회를 넓혀주는 것입니다. 때맞춰 수출입은행법이 개정됨으로써 수은이 해외자원개발사업에 직접 지분참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수은은 자원개발사업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의 주주로 들어가면 국내 자원개발 기업들이 대규모 자원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가 훨씬 쉬워질 것입니다. 수은이 사업자 중 하나로 참여하게 되면 국내 기업들의 자원개발 참여 기회가 훨씬 많아질 것입니다. -이제 우리기업도 해외에 적극 진출하고 있고 정부도 그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국내기업의 해외진출은 중요한 과제라고 봅니다. 수은에 와보니 그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됩니다. 기업들이 지금까지 국내에서 배운 노하우를 해외에서 발휘해야 국가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수출품목인 자동차는 이미 외국에 공장을 세워 현지 생산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조선업체도 조만간 해외 공장을 건설할 예정입니다. 대형 마트와 같은 유통업체도 해외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모든 업종이 해외 시장에서 역할이 있을 겁니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발표한 해외투자 활성화 대책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국제수지 구조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기업의 해외진출에 수출입은행의 역할도 커지겠군요. 문화 콘텐츠 수출 등으로 지원 대상을 넓힌다면서요. ▦해외자원개발을 포함해 올해 해외투자 지원 목표를 지난해보다 15% 증가한 2조4,000억원으로 올렸습니다. 또 정부 대책에 발맞춰 영화ㆍ드라마 같은 문화 콘텐츠, 법률 자문, 컨설팅 같은 서비스업으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이런 문화상품이나 서비스가 수출될 때 자금수요가 생길텐데 여기도 금융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문화 콘텐츠는 무형의 상품을 수출하는 것이므로 지원방식은 다른 상품 수출금융 지원 때와 다를 게 없습니다. -수은이 중소기업들에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요. ▦기업들에 “해외투자를 많이 해라. 그러면 금융지원을 해주겠다”고 말만 한다면 효과가 있겠습니까. 물론 대기업들이야 자체적으로 시장조사도 하고 역량이 되지만 중소기업들은 그럴 능력이 없습니다. 금융지원뿐 아니라 정보제공과 컨설팅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야 제대로 기업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중소기업들에 환율변동에 대비해 환리스크 헤지를 하라고 설명하지만 정작 수은이 기업들의 선물환을 직접 사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것도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 중의 하나죠. 그래서 이른 시일 안에 고객들의 환리스크 헤지를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전략은 어떻게 세우셨습니까. ▦우리나라 총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40%나 됩니다. 따라서 수출 경쟁력의 원천은 바로 중소기업에서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 원화 강세 때문에 지난해 2,000곳 이상의 중소기업들이 수출을 포기했습니다. 우선 올해 중소기업 지원 규모를 5조1,5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4% 이상 높였습니다. 또 수출잠재력이 큰 신규 유망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무담보 소액대출을 지난해 1,000억원에서 50% 증가한 1,50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올해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설립한 지 20주년이 됩니다. 발전을 위한 구상이 있으신가요. ▦우리나라가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개발도상국과의 협력관계자를 유지하기 위해 원조확대가 매우 필요한 실정입니다. 정부도 대외원조규모를 국민총소득(GNI)의 0.09%에서 오는 2015년까지 0.25%로 확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따라서 EDCF도 지난해보다 50% 이상 대폭 확대한 5,500억원으로 잡고 있습니다. -수은은 인재육성이 특히 필요하고 강조되는 은행인데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요. ▦직원 한명 한명이 맡은 바 업무에서 선진 수출신용기관이나 국제투자은행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전문가 양성을 위한 경력관리, 경쟁과 자기계발을 유도하는 성과관리, 직무역량 개발을 위한 연수기회 부여 등을 통해 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계발하고 발휘하도록 하는데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 -취임한 지 4개월이 됐는데 공직을 떠나 은행 경영을 맡아 보니 어떻습니까. ▦어깨가 무겁습니다. 조직을 잘 이끌어야 한다는 중압감도 있고. 수은 업무 내용은 공직에 있을 때도 간여했던 것이라 친숙한 편이지만 업무 파악이 잘돼 있는 것과 업무를 잘하는 것은 별개더군요. 걱정도 있지만 잘해보자는 각오도 있습니다. ● 수출입은행 신용등급 국가신용보다 높아
무디스로부터 Aa 받아…자금조달비용 크게 줄어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10월31일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로부터 더블에이급(Aa)의 신용등급을 받았다. 국가 신용보다 높은 등급을 받은 것. 수은이 상업적인 업무를 취급하지 않고 공적수출신용기관 역할에 전념해온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양천식 행장은 "수은의 이런 노력이 국제금융계에서 인정받게 됐다는 사실이 기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수은은 조달자금 중 정부 출자 비중이 26.3%에 불과하다. 선진국 수출신용기관과 비교하면 턱없이 작은 규모다. 필요자금을 대부분 해외에서 차입하는 수은의 입장에서 보면 신용등급 향상은 경영여건을 개선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된다. 자금조달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에 5년 만기 채권을 외환위기 후 국내 최우량 조건인 리보+0.17%의 금리로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주로 신용등급 'Aa'급 이상의 초우량 신용등급 채권에 투자하는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한 차입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양 행장은 "보다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차입해 수출기업에 더욱 낮은 금리로 자금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며 "우리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신용등급 향상은 더욱 값진 성과"라고 강조했다. ● 양천식 행장 발자취
추진력 뛰어난 '작은 거인'…금융기관 구조조정 진두지휘
양천식 행장은 '작은 거인'으로 불린다. 다부진 체구에 걸맞게 당당하고 간결하게 일을 처리해 붙여진 별명이다. 재정경제부 외환정책과 사무관 시절 외환관리시스템을 정비하는 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 행장은 공직에서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았다. 재경원 경제협력과장, 재경부 국제금융심의관, 대통령 금융비서관,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등 금융관련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특히 재경원 시절에는 주무과장자리를 10여개나 거쳤다. 청와대 금융비서관을 거쳐 금융감독위원회로 자리를 옮기면서 외환위기 직후 최대 현안이었던 금융기관 구조조정 문제 등 굵직한 금융현안을 도맡아 원만히 해결했다. 평소 양 행장은 정책을 수립할 때 이해관계자나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하는 등 신중한 의사결정을 내리지만 한번 수립된 정책은 강력하고 일관성 있게 밀어붙임으로써 추진력과 리더십을 겸비했다는 주위의 평이다. 가끔 부하직원의 잘못을 따끔하게 지적하지만 뒤끝이 없고 이해심도 깊어 재경부와 금감위 시절 직원들의 신망이 두터웠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공직생활을 마치고 수출입은행의 CEO로 변신한 양 행장은 취임 이후 '화합의 경영'을 강조하면서 업무에서는 물론 바쁜 일정 가운데에서도 임직원들과 산행ㆍ체육활동 등을 통해 직원들에게 '다가가는 CEO'로 평가받고 있다. ◇ 약력 ▦50년 전북 전주 출생 ▦73년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94년 재정경제원 경제협력과장ㆍ기획예산담당관 ▦99년 재정경제부 국제금융심의관 ▦2000년 대통령 금융비서관 ▦2003년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 ▦2004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2006년 수출입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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