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추석상까지 덮칠 美 쇠고기 잡음
김미희기자 iciici@sed.co.kr
'등뼈 파동'으로 잠시 중단됐던 미국산 쇠고기 검역이 재개되면서 추석을 앞두고 7,000톤 가량의 미국산 쇠고기가 시중에 한꺼번에 풀릴 예정이다. 국내 월 평균 쇠고기 소비량 3만3,000톤의 4분의1 수준에 달하는 엄청난 물량이다.
이미 온라인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추석 선물세트의 마케팅 공세가 불붙었다. 물론 소비자의 반응은 아직 냉랭하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서민들 사이에서는 미국산 쇠고기를 추석상에 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을 재개한 이후에도 수입이 금지된 등뼈가 잇따라 발견되는 등 미국산 쇠고기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면서 서둘러 '뼈있는 쇠고기'의 수입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우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조기 비준을 위해 미국에 끌려가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힘' 약한 현실을 얘기한다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그냥 "안전하다"고만 말한다면 이를 믿는 소비자는 없다.
여기에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표준화작업도 개선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아쉽다. 미국산 쇠고기의 부위별 명칭, 등급 등을 한국 실정에 맞게 고치거나 비교해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유통시키는 바람에 소비자들이 현혹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수익을 우선시하는 유통업체가 '허위표시'를 하거나 '과장광고' 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대에 한우농가 보호 목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 소비자들을 위해 수입에 앞서 짚어봐야 할 안전성 검토와 표준화작업을 게을리하고 있다면 이는 또 다른 문제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14일 앞으로 다가왔다. 추석상에 미국산 쇠고기를 올리는 소비자가 건강에 무해한 것인지, 제대로 된 부위를 샀는지 알지 못한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다.
제대로 알려 미국산 쇠고기를 둘러싼 불안과 잡음이 추석상까지 덮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입력시간 : 2007/09/10 1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