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헌재경제팀의 과제] 1. "정치권 압력서 독립하라"

국내적으로는 금융과 기업 구조조정 등 개혁이 끝나지 않은 마당에 개혁 피로현상이 가시화하고 있고 정치권에서는 4월 총선을 앞두고 경제현안들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국제적으로는 디지털 경제화의 거센 파고 속에 우리 경제의 국제경쟁력을 유지, 제고하기 위해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현 정부는 국내에서는 기업·금융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진행해왔고 우리 경제를 IMF 체제에서 구출했다는 역사적인 성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신뢰는 이같은 성과에 견줄 만하지 않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경제현안들에 대한 정치권의 무리한 요구가 개혁의 후퇴 및 이로 인한 국내외 신뢰 추락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금융과 기업 구조조정 역시 아직 완성됐다는 평가를 받기는 이른 시점이다. 기업 구조조정의 경우 「대우문제」라는 큰 현안이 여전히 풀리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고 금융 구조조정도 공적자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할 필요성이 늘면서 일부 금융기관들은 다시금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의 구조개혁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부작용은 이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분석도 많다. 정부가 대형은행들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불거져나온 신 관치 문제, 재정적자 확대, 천문학적 규모의 공적자금 회수방법 등의 문제이다. 금리·물가·환율 등 거시지표 역시 「불안 속의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강력한 저금리체제를 유지, 실세금리가 아닌 「지표금리」의 안정만을 낳고 있다. 물가는 지난해 사상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일부 연구기관들은 올해 하반기 이후 경기과열에 따른 물가불안을 우려하고 있다. 환율 역시 최근의 원화급등(달러환율 하락)이 우리의 수출경쟁력을 위협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분배에 대한 요구 역시 강하다. 노동자들은 IMF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감내했던 희생을 이제 보상받을 때가 됐다며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올해 최대의 경제이슈가 「노사관계 불안」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도 하다. 외신들은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새 경제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1면에서 계속 새 경제팀의 출발환경은 역으로 새 경제팀의 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전문가들은 오는 4월 총선이라는 정치일정을 주목하면서 정치권의 압력 에서 독립할 것을 주문한다. 이헌재(李憲宰) 재정경제부 장관은 취임 직후 『국민의 정부들어 선거로 인한 통화팽창·선심정책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총선승리라는 지상과제를 안고 있는 여권이 경제팀에 어떠한 형태로든 무리한 주문을 할 가능성이 크다. 구조개혁의 지속적인 추진 역시 과제이다. 하드웨어 개혁 수준에 그치고 있는 구조개혁을 어떻게 「소프트웨어의 개혁」「관행의 개혁」으로 이어갈지 주목된다. 결국 새 경제팀의 과제는 그동안의 급속한 경기회복세를 건실한 성장으로 이어가면서 어떻게 구조개혁을 완수할까 하는 문제이다. 또 악화된 소득분배 구조를 치유해나갈지도 난제다. 여기에다 우리는 디지털 경제라는 세계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경제가 어떻게 대응하고 변신해나갈지 방향을 모색하고 관련산업을 지원하는 것 역시 핵심과제로 대두하고 있다. 당장 새 경제팀은 대우문제 처리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대우를 법정관리로 처리할 경우 협력업체 부도 등으로 우리 경제는 다시 한번 커다란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 구조조정 역시 「소프트웨어의 개혁」「금융관행의 선진화」라는 차원에서 보면 아직도 요원한 상황이다. 투신 등 일부 금융기관에는 추가 공적자금 투입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고 일부 금융기관들은 다시금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다는 시장의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금융 구조조정은 아직 「미완의 과제」이다. 경제회복의 1등 공신인 저금리체제도 위협받고 있다. 경기과열에 따른 물가불안 심리와 채권시장의 후진성으로 인해 금리가 오름세를 타고 있다. 채권시장안정기금 등 금리를 인위적으로 안정시키기 위한 정부의 수단도 곧 수명을 다할 예정이어서 금리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경기과열에 따른 물가불안 심리도 확산되고 있다. 李재경부 장관은 우리 경제의 생산능력이 아직 완전 가동된 상태가 아니고 시장의 완전개방으로 시장에 의한 수급조절이 자유로워 물가불안을 우려할 만한 단계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연구소에서는 『경기과열에 따라 하반기 이후 물가불안이 현실화될 수 있다』며 단기금리 인상 등 선제적 물가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개혁에 대한 피로현상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노동자들은 우리 경제가 이만큼 회복된 것은 IMF체제 기간 동안 노동자들이 감내한 희생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대가를 보상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올해 경제불안 요인으로 노사관계 악화를 꼽고 있다. 반면 재벌들은 현 정부의 이완된 통제력을 이용해 자기 목소리를 높이려 하고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했던 신 관치경제운용 행태도 문제다. 정부는 5대그룹의 구조조정본부를 지난 연말까지 폐지하라고 했다가 최근에는 「당분간 더 필요한 것이 아니냐」고 말을 바꿨다. 정부가 이미 「협조」로 포장된 「강압」이 통하는 신 관치경제구조에 맛을 들였다는 증거다. 정치권의 움직임 역시 커다란 제약요인이다. 외신들은 벌써 현 경제팀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재벌개혁에 대한 추진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보내고 있다. 안의식기자ESA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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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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