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안정을 찾아가면서 대외신인도가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증거여서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불과 얼마 전만해도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팽배했다. 외환위기론이 자주 오르내렸다. 대외신인도가 추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앞다투어 한국을 빠져나갔고 증시는 바닥을 헤매었다. 외평채 가산금리가 뛰어오르고 해외차입은 꿈도 꿀수 없었다. 그 때에 비하면 일단 한시름 던 것 같아 다행이다.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외국인 직접투자가 10월에 8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 8, 9월에 비해 두배,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서는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외국인의 주식투자도 늘고 있다. 10월중 외국인 주식순매수는 6,752억원에 이르렀으며 올들어 5조원에 달한다. 8월까지만해도 순매도세가 강했으나 최근 급격히 사자로 돌아선 것이다.
해외차입금리도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외국환평형채권의 가산금리가 8월말 10.1%에서 절반 수준인 5.5%로 떨어졌고 앞으로 더 하락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은행이나 대기업의 해외차입 여건도 크게 개선되어가고 있다. 몇개 은행이 비교적 유리한 조건으로 차입을 했으며 재벌기업의 외자도입도 수월해지고 있다 한다.
떠났던 외국인투자가들이 되돌아오는 이유는 한국의 경제회생 능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고 그만큼 대외신인도가 상승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국 금리인하에 따른 투자자금의 이동이 주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국내 투자환경 개선으로는 엔화강세에 따른 수출여건의 개선, 기아자동차 문제 해결, 외환보유액의 안정수준 확보 등을 들수 있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는 언제나 그러려니하고 믿을 수 없다. 여건이 바뀌거나 상황이 불리해지면 더 좋은 투자처를 찾아 달아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눈여겨 봐야할 것은 전제를 달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구조조정 노력을 소홀이 하거나 수출이 늘지않으면 외국인 투자가들은 미련없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예고다. 또 엔화가 약세로 반전되는 상황이 되면 다른 투자처를 찾아 돌아갈 것도 불을 보듯하다. 과거의 경험이기도 하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몰려온다고 해서 마냥 즐겁게만 바라보고 한가하게 대응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되돌아오는 분위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수출에 정책을 집중하고 외환보유액을 더욱 확충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엔고를 비롯한 新3低는 신기루 일수 있다. 외생적인 호재를 너무 과신해선 안될 것이다. 해이를 부추기는 낙관론은 긴장된 비관론보다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