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니게 고액권 발행 논의가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었다. 최근 국정감사 자리에서 10만원 지폐의 발행 필요성이 일부 야당의원에 의해 제기됐고 여당 일각에서도 연기를 피워 정부까지 포함한 논란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액권 발행 논의는 과거에도 한 두차례 있었던 것으로 해묵은 것이다. 이제 새삼스레 제기되는 것부터 부질없는 일이다. 더욱이 지금은 신용사회가 급격히 진전되고 있고 정보화와 전자시대에 걸맞게 신용사회의 정착을 촉진해야 할 때다.
10만원권 지폐 발행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측의 주장은 수표사용의 번거로움과 비용을 줄이자는데 있다. 10만원권 수표가 지폐처럼 쓰이고 있는 데도 이서와 조회를 하는 불편이 따른다는 것. 거기에 막대한 발행과 관리비용이 낭비라는 것이다.
지난한해 발행된 10만원권 수표는 7억4천81만7천장으로 여기에 소요된 발행 관리 보관비가 6천37억원, 이를 10만원권 현찰로 대신하면 관리 보관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10만원권 지폐 발행을 반대하는 측은 우선 과소비와 인플레 심리의 조장을 우려한다. 경제규모의 확대나 소득증가가 고액권으로 재지지 않으면서 돈가치를 떨어뜨려 헤픈 소비심리를 부추기고 낭비성 지출을 촉발하기 쉽다는 것이다.
특히 추적이 어려운 점을 악용한 검은 거래, 보관의 편리성을 이용한 현금의 퇴장을 부추길 우려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양쪽의 논거엔 모두 일리가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시대적 흐름을 보면 그같은 논쟁은 별 의미가 없다. 우리의 거래 관습으로 보아 아직은 현금이나 수표의 필요성이 인정되나 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신용사회에서는 현찰이나 수표나 할 것 없이 별로 소용이 없어진다. 신용카드와 전자카드가 돈대신 보편적 거래수단이 되어가고 있다. 앞으로는 더욱 가속될 것이다. 실명제 아래서는 더욱 유용하고 검은 거래의 차단이나 세정의 투명성을 위해서도 신용사회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일이다. 그렇다면 수표도 없어져야 할 판에 10만원권 지폐 발행논의는 꺼낼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그야말로 낭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