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강경 이미지 벗자"…손내미는 勞

■ 민노총 올 사업계획 보면<br>노사관계 대결구도서 대화국면 전환여부 관심<br>임금인상안 勞 "9%이상" 使 "2.4%" 벌써 갈등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19일 열린 '2007년 사업계획 및 임단투 방침' 기자회견에서 이석행(왼쪽 두번째) 민주노총 위원장이 사업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이석행호(號)’가 ‘대화를 통한 노사문제 해결’을 연일 강조하고 있어 노사관계가 대결구도에서 대화국면으로 전환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노동계의 강경파를 대변해오던 민노총이 ‘대화’ 노선으로 돌아선다면 앞으로 노사관계에 큰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임금인상안을 두고 벌써부터 노동계와 경영계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데다 비정규직ㆍ산별노조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노사간 인식차가 크고 대선까지 예정돼 있어 지난해보다 더 혼란스러운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민노총의 대화행보, 신뢰회복 위한 불가피한 선택=요즘 노동계의 최대 뉴스메이커는 이석행 민노총 위원장이다. 지난 1월 당선 직후 “누구든지 만나겠다”며 대화복원에 강한 의욕을 보이더니 최근 더욱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을 비롯, 각 부처 장관을 만난 데 이어 19일에는 “5대 그룹 회장과도 만나 대화하겠다”고 면담을 요청했다. 이날 민노총은 올해 투쟁계획을 발표하면서 ‘파업’이라는 용어를 회견문에 한 줄도 넣지 않았다. 처음 있는 일이다. 충분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지가 담겨 있다는 게 민노총의 설명이다. 그만큼 대화우선 의지가 강하다는 뜻이다. 이미 노동부ㆍ건설교통부 등과는 대화 채널을 복원하는 데 성공하는 등 일부 성과를 내고 있다. 민노총의 이 같은 대화 강조 이유에 대해 노동계 안팎에서는 불가피한 전술상의 선택이라는 해석이다. 그간의 강경투쟁 노선으로 국민들은 물론 현장에서조차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투쟁노선을 지속할 경우 입지가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 인식하에 나온 결정이라는 것이다. 이 위원장이 오는 8월까지 여섯달간 현장 대장정을 나서는 이면에는 현장의 불만을 다독이지 않으면 민노총 존립 자체가 힘들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조직 역량이 안 되는 상황에서 총파업은 객기다.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힘이 생긴다면 그때 파업을 생각해볼 것”이라는 이 위원장의 말에서 이런 배경을 읽을 수 있다. ◇불안정한 대화국면, 산별노조 등 갈등으로 언제든 깨질 수도=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화국면은 ‘불안정한 평화’라는 분석이 많다. 시험대는 노사간 이견차가 큰 임단협이 본격화하는 올 하반기가 될 공산이 크다. 사업장별로 노사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고 임금인상안과 산별교섭 제도화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이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 7월 비정규직법 시행을 전후해 노사관계가 돌발적인 악재에 직면할 수 있다. 우선 임금인상과 관련, 민노총과 한노총 등 노동계는 정규직 기준으로 9% 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경영계(경총)는 이보다 크게 낮은 2.4%를 제시해 마찰을 예고하고 있다. 워낙 격차가 큰 만큼 진통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올해 노동계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인 산별노조 전환도 언제든 대결구도를 재연시킬 갈등요인이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상반기는 대화가 화두가 될 수 있으나 하반기에는 산별교섭 등을 놓고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벌써부터 산별교섭에 나설 것임을 공표했다. 민노총은 “산별노조 중심의 임단투를 지원하는 총력지원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선언한 상태다. 반면 재계는 이중삼중의 교섭절차에 따른 비용과 시간 문제 등으로 산별교섭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어 대화로 풀릴 수 있을지 미지수다. 산별교섭이 평화무드를 깨뜨리는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날 “민노총이 핵심사업으로 정한 산별교섭의 공은 이미 정부와 기업에 넘어갔다, 계속 외면한다면 6~7월 임단협 집중투쟁기간을 설정해 파업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대화는 지속적으로 시도하겠지만 정부와 기업의 대답이 시원치 않으면 ‘언제든 파업 등 강경투쟁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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