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삼성-대우] 빅딜협상 가속도

반도체 빅딜이 타결되면서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를 맞바꾸기 위한 삼성과 대우간 빅딜(대규모 사업교환) 협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양사의 평가기관으로 선정된 딜로이트투시토마츠(DTT)의 영국 및 미국법인의 본진들이 이미 입국, 실사 대상을 확정짓고 실사계약이 체결되는 15일이후 실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삼성과 대우도 자체 인수인계팀을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DTT본진이 도착함에 따라 실사절차·시기·방법 등과 관련한 초안을 마련해 삼성과 대우의 합의를 이끌어낸 뒤 15일쯤 계약을 체결하게 될 것』이라며 『늦어도 설날(2월16일) 이전에 보고서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과 대우는 앞으로 실사과정이나 자산가치 평가방법을 놓고 적지않은 논란을 벌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삼성과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 수뇌부는 평가기관으로 DTT가 선정된 이후 여러차례 만나 실사계약 체결방안과 향후 일정 등을 논의했으나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 외에 삼성상용차, 대우전자부품 등 관련 부문 계열사를 실사 대상에 포함시킬지 여부 등을 확정짓지 못해 DTT측과 원론적인 의견교환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 어떻게 진행되나=일단 평가계약이 체결되면 DTT는 현금흐름할인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삼성자동차 부산공장과 대우전자의 34개 해외현지법인을 포함한 포괄적인 대상에 대해 자산과 부채에 대해 실사하게 된다. 현재의 스케줄로 보면 DTT는 계약체결이후 4주내에 1차 평가보고서를 내도록 돼 있으며 3개월이내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1차보고서는 설날 이전에, 양사의 평가금액은 3월쯤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걸림돌은 무엇인가=평가작업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실사대상을 확정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지금까지 양 그룹은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외에는 실사대상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삼성상용차·대우전자부품·오리온전기 등 관련 계열사를 실사대상에 포함시킬 지의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양 그룹 관계자들은 『실사의 대상과 기간, 이자율 등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DTT측이 제시하는 안을 수용하는 방안이 유력해 실사에 들어가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면서 『아직까지 실사대상이 확정되지 않아 이를 조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밝혔다. 사업의 계속을 전제로 평가가 이뤄지는 만큼 미래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도 문제다. 미래가치 산정이 생각만큼 쉽지않은데다 삼성과 대우, 특히 해외사업장이 많은 대우가 얼마나 믿을 만한 회계자료를 넘겨주느냐 하는 점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사기간이 짧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기업구조조정위원회는 계약체결후 4주이내에 그 결과를 밝히도록 했으나 대우전자의 해외법인이 많아 단기간에 실사를 한다는 것은 공정성에 의문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양 그룹은 이와 관련, 『한달내에 모든 부문을 평가한다는 것은 무리』라며 『실사기간에 대해서는 다시 DTT측과 의견을 나눌 생각』이라고 말했다. 삼성자동차 SM5 계속 생산 여부와 종업원들의 반발도 실사의 원만한 진행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 그룹은 이 부문에 대해 지속적인 협상을 벌여 양측간 이견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양사의 입장이 너무나 달라 합의점을 도출하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누가 유리한가=기본적으로 대우는 양사 빅딜의 평가방법인 현금흐름할인방식을 환영하는 반면 삼성은 다소 불만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삼성자동차의 SM5 계속 생산을 약속하지 않은 대우의 입장에서는 기업의 미래가치를 중시하는 이번 평가방법이 자사에 유리할 것이라는 점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흑자기업인 대우전자와 계속 생산여부가 불투명한 삼성자동차와는 미래가치면에서 비교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표면적으로는 대우가 일단 유리한 입장에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삼성의 입장은 다르다. 삼성은 SM5의 계속 생산과 추가 투자가 이루어질 경우 미래가치는 매우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금흐름할인방식은 현재의 부실보다는 미래가치를 따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특히 자산과 가치면에서 앞서 있는 것으로 보이는 대우전자의 해외법인 쪽에서 상상치도 못했던 부채가 발생할 경우,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현재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삼성자동차가 대우전자보다 수익성면에서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삼성자동차에 투입한 자산(약 4조원)의 가치를 보면 삼성자동차의 미래가치는 결코 낮지 않다』고 말했다. 수익성은 떨어지지만 SM5를 계속 생산할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또 대우그룹이 갖고 있는 대우전자 지분이 7%수준에 불과한 반면 삼성그룹은 삼성자동차 지분 100%를 갖고 있는 것도 양측의 손익을 따지기 힘든 요인중 하나다. 물론 대우그룹이 우호적 세력의 지분까지 함께 삼성그룹에 넘기겠지만 주식지분율의 차이가 양측의 손익계산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 어쨋든 평가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양측의 신경전과 마찰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SM5 계속생산 여부, 고용승계 문제들을 둘러싸고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완전 빅딜까지는 많은 고비를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진갑·김기성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