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빅배스'로 날씬해진 건설주 날아볼까

대우·대림산업 등 저조한 실적 불구 상승세

"중소형주 보다 대형주 위주로 접근을" 지적


지난해 4·4분기부터 잠재적 부실을 털어내기 위한 건설사들의 빅배스(Big Bath·회계장부에서 잠재적 부실요소를 한꺼번에 털어버리는 회계기법)가 이어지면서 일부 대형 건설주 주가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빅배스가 실적이 더 이상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우는 분위기다. 정부가 올해 내수를 키워 경기를 일으키기로 한 만큼 건설주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은 유효하다.

지중동지역의 수주가 살아나고 국내 주택경기도 나아지고 있다. 다만 상반기까지 실적이 더 나빠지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개선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현재로는 내놓기 어렵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투자전략은 "상반기까지는 실적 리스크가 있는 만큼 조정 때마다 매수하며 하반기를 노려라"이다.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건설업종 지수는 0.71포인트(0.56%) 오른 128.33을 기록했다. 실적 시즌이 본격화된 월초 대비 약 2%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지난해 4·4분기의 저조한 실적 발표를 생각하면 의외의 흐름이다.

대우건설·현대건설·대림산업 등은 최근 어닝쇼크 수준의 부진한 실적을 내놓았지만 주가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28일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해 4·4분기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각각 4,451억원, 7,817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고 밝혔다.

증권사 전망치인 영업손실 300억원대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어닝쇼크를 기록한 것.

하지만 주가는 28일을 기점으로 실적과 정반대로 움직이면서 8거래일 만에 20%가 넘는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대림산업도 지난해 4·4분기 3,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로 전환했으며 현대산업 역시 1,8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면서 증권사들이 일제히 목표주가를 낮췄다. 하지만 이들 기업 모두 실적 발표 이후 10% 가까운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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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렬 대우증권 연구원은 "건설사들이 지난해 4·4분기부터 부실을 일시에 털어내기 위한 빅배스에 돌입했다"며 "실적은 부진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투자자들로부터 더 나빠질 게 없다는 관점에서 투자에 나서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 올 상반기까지 건설사들의 실적 전망은 암울하다. 2013년 1~4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해외부실이 많이 정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잠재된 리스크가 크다. 2009~2011년 저가 수주 의혹이 있는 해외 프로젝트 중 80%에 이르는 물량이 아직 완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요 6대 건설사가 수주한 저가수주 의혹 해외프로젝트는 총 계약액 기준으로 42조원가량이다. 이 중 지난해 공사가 끝난 것으로 추정되는 프로젝트는 9조6,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2014년과 2015년에 종료되는 계약 규모는 각각 30조원, 2조원 규모다.

이선일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저가수주 의혹 프로젝트 대부분이 올해 중 종료된다"며 "분기별로는 1·4분기에 17조원으로 압도적 물량이 몰려 있어 올 1·4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4월쯤이 추세적인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실적 부진 우려가 여전하기는 하지만 중동 지역의 수주가 살아나고 국내 주택 경기 역시 호조를 보이는 점을 고려할 때 건설주에 대한 긍정적인 접근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대형사가 확보한 해외수주는 올 들어서만 160억달러로 연간 목표치의 3분의1 수준에 달한다. 국내 시장 여건도 나쁘지 않다.

2007년 분양가 상한제 이후 계속 하락하던 분양가는 2013년 8월을 기점으로 상승 반전하는 등 분양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업체 가운데서도 PF 부담이 낮고 유동성 리스크에 노출되지 않은 대림산업과 삼성물산과 같은 대형주 위주의 접근이 유효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형렬 대우증권 연구원도 "건설주에 대해서는 매수 포지션을 취해야 할 시기인 것은 맞다"며 "다만 상반기까지는 실적 리스크가 남아 있어 조정시 저가 매수 전략 이후 하반기부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는 것이 유효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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