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대한제국 닮아가는 대한민국 무기 도입

우는 아이 달래듯 무기 구매해서야

호환성, 시스템 통합 고려할 필요

레이저 무기는 아직도 실험 단계

[권홍우기자의 밀리터리 레터]

이스라엘 라다사 RPS-42 저고도 탐지 레이더/그래픽=라다사 홈페이지

독일 라인메탈사 레이저포/사진=라인메탈사 홈페이지

북 추정 무인기에 놀란 군 당국이 이스라엘제 레이더와 독일제 레이저 무기를 도입할 모양입니다. 수긍이 갑니다. 경계망에 이상 징후가 노출된 이상 무엇이라도 대응책을 마련해야겠죠. 그러나 아무리 다급해도 해외 무기 도입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먼저 이스라엘 라다사의 RPS-42 레이더부터 보죠. 라다사 홈페이지에 나온 성능은 훌륭합니다. 고도 9m에서 30㎞까지 전투기와 헬기, 무인기를 탐지할 수 있답니다. 실전 경험이 풍부하고 첨단무기 기술이 발달한 이스라엘 제품이니 점수를 줄만 합니다. 군은 취약지역이나 핵심부에만 우선 배치할 계획입니다. 그래도 성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먼저 이스라엘과 우리는 전장 환경이 매우 다릅니다. 날씨 변화가 무쌍하고 산악지대가 많은 한국의 지형적 특성은 사막 지대인 중동과는 천양지차입니다. 외국산 레이더를 수입해 한국 지형에 맞게 튜닝하는데 1년이 넘는 시일이 소요된 적도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고려가 부족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인데요. 군의 무기체계는 통일성을 지녀야 합니다. 수요가 생길 때마다 맞춤형 무기를 도입하면 군수지원과 운영이 복잡해지기 마련입니다. 뭘 사달라고 떼쓰며 우는 어린아이 달래듯 고가의 무기를 사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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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체계의 호환성과 시스템 통합의 결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대한제국군입니다. 1907년 8월 1일 강제해산 당하기 직전의 대한제국군은 약체였으나 보유한 무기만큼은 결코 허접하지 않았습니다. 열악한 재정의 25~40%에 고종의 내탕금까지 지원받은 대한제국은 병력이 적었어도 장비는 열강에 버금갔습니다. 우금치 전투에서 동학군을 무너뜨렸던 미국제 개틀링 기관포와 영국제 암스트롱 대포, 최고급인 독일제 크룹 대포까지 갖췄습니다. 문제는 구성이 잡다했다는 점입니다. 소총도 미국제 윈체스터에서 영국ㆍ프랑스ㆍ독일ㆍ러시아ㆍ일본제에 청국제까지 혼재해 탄약 보급에서 부품 호환까지 운용의 통일이 어려웠습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무기 도입이 100년 전 대한제국을 닮아간다고 말하면 지나칠까요.

레이더 뿐 아니라 레이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독일제 레이저 무기 도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은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미국과 독일 등 레이저 무기화의 선구자들도 아직 실험단계이기 때문입니다. 맑고 쨍쨍한 날이 아니면 제 성능을 다 내기 어렵다는 치명적 단점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독일이 실험 중인 고출력 에너지 레이저(HEL) 시스템도 자동화한 대공포 시스템을 변형한 수준에 불과합니다(이는 미국의 육상 레이저포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일제 레이저 대공무기가 완성돼 신뢰성을 확보하기까지 몇 년의 세월이 걸릴지 모르는 판에 한국이 도입한다니…. 아무런 대응도 안하고 있다는 비난에서 비켜가기 위한 제스처라면 차라리 다행입니다.

이것도 저것도 문제라면 북 추정 무인기에 어떤 대응이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저비용 도발에 고비용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겠습니다. 제가 이전에 썼던 [밀리터리 레터]에서도 밝혔듯이 허접한 수준의 무인기에 고가의 대응 시스템 도입은 북의 기만에 놀아나는 꼴입니다. 기만해서 혼란을 유도하고 결국 힘(재정)을 소진하게 만드는 전략에 말려드는 형국입니다.

차분하게 우리가 보유한 무기체계로 대응 방법을 찾고 안되면 국산무기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한 대응입니다. 무인기에 대한 대응을 탐색과 요격으로 나눌 때 제한적이나마 요격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공중감시 전력을 포함한 각종 레이더와 대공 무기끼리 정보 시스템 통합이 이뤄진다면 지금 요격수단도 만만치 않습니다. 탐색도 고가 무기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비행선이나 기구를 활용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우리 속담이 떠오릅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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