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저금리에 유배당 상품 씨가 말랐다

●금리에 우는 보험시장<br>"수익내기 어렵고 보험료 비싸" 업계 외면<br>NH농협생명선 "메리트 충분" 4종 선봬<br>천편일률 무배당 상품속 인기 끌까 주목


"무배당 상품은 처음에 싸 보일 뿐 사후 정산을 해 보면 유배당이 고객 입장에서 더 유리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NH농협생명이 경쟁력이 있어요."

나동민 NH농협생명 대표는 22일 유배당 제품이 고객에게 더 나은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보험료 운용 수익의 90%를 배당 형태로 받을 수 있는 유배당 상품이 메리트가 있다는 것. 그의 발언은 금융지주 출범과 함께 보험 시장에 본격 뛰어든 농협이 유배당 등 고객 친화적 상품으로 시장에서 어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그런데 이런 농협보험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싸늘하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유배당 상품의 비즈니스 모델이 조종을 울렸다고 단언하고 있다.

저금리의 여파로 자산운용 수익을 올리기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이익을 배당하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여기에는 배당이라는 옵션 때문에 보험료가 비쌀 수밖에 없는 유배당 상품을 선뜻 선택하는 고객이 적다는 시장주의에 입각한 논리도 근거로 제시된다.


실제로 과거 지난 1990년대와 2000년 초반 무렵을 풍미하다시피 했던 유배당 상품은 외환위기(IMF) 등을 거치며 쪼그라들어 급기야 상품 자체를 구경조차하기 힘든 지경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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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보험사들이 자사 이익 확보 측면에서 유배당 상품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처음 내는 보험료가 비싸다는 이유를 들어 유배당 상품의 효용성을 깎아 내리지만 이를 뒤집어 보면 보험사가 보험료 이익을 독점하는 상품만 내놓겠다는 말과도 같다.

◇유배당 상품, 씨가 말랐다=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이후 5년간 새로 출시된 유배당 상품(연금저축은 제외)은 전무하다. 보험사 입장에서 보면 저금리에 따른 자금 운용의 어려움, 통합보험으로 보험료가 올라가는 추세 등으로 유배당 상품을 고집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유배당 상품은 기본적으로 이율과 위험률을 고객과 나누는 구조인 만큼 보험료가 무배당에 비해 10~15%포인트가량 높아 고객 유인이 힘겹다.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유배당 상품은 예정이율을 기준으로 이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낼 경우 차익을 배당하는데 받은 보험료를 굴리기가 마땅찮다 보니 괜히 유배당을 내걸었다가 배당을 받지 못한 고객에게 항의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농협 등 유배당 상품 선보여=보험사 말대로면 고객이 무배당 상품만을 찾는 탓에 유배당 상품이 사라지는 상황이지만 이런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이경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상품 구조로만 보면 유배당보다는 무배당의 마진이 낫다"며 "IMF 이후 보험사에 높은 재무 건전성이 요구된 것도 유배당 상품이 거의 사라지게 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럼 유배당 상품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은 없는 걸까.

전문가들은 천편일률적인 무배당 상품 속에서 유배당 상품이 존재감을 발휘할 여지가 있음을 주목하고 있다. 실제 NH농협생명은 다른 업체들이 취급하지 않는 4종의 유배당 상품을 내놓았다. 10년 이상 가입할 경우 운용수익에 대해 소득세를 물리지 않고 배당을 해주는 세제비적격 연금 상품이 그것이다. 나 대표는 "민영보험사들이 고객들의 착시효과를 활용해 무배당을 세일하는 측면이 있다"며 "현명한 고객이라면 유배당 상품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유배당 상품이 진열대에서 사라짐으로써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줄고 보험료 운용 수익도 나눠가지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업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 유배당 카드를 꺼내는 보험사가 나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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