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대건설 매각 쟁점은

-인수가 평가만으론 안돼, 재무 능력ㆍ육성 의지도 따져야 “세계 1위의 자동차 기업을 기대합니다.” 현대그룹이 지난 4일 중앙 일간지에 이 같은 문구가 담긴 광고를 게재 했다. 특정 기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현대건설 인수전의 경쟁 상대인 현대차그룹을 겨냥한 광고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현대그룹은 이어 “자동차 강국으로 기억되는 대한민국, 현대차그룹이 함께 응원합니다.”라는 문구로 현대차그룹이 자동차산업에 전념하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올 하반기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빅딜’로 기억될 현대건설 인수전이 이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워크아웃 기업에서 국내 1위 건설사로 부활한 현대건설의 새로운 주인을 찾는, 국가 경제 차원으로도 중대한 M&A가 마치 정치판을 연상시키는 설전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M&A 전문가들은 “현대건설 인수전이 감정 싸움으로 치닫게 될 경우 현대건설의 경쟁력은 물론 인수 후보들의 이미지도 추락하게 된다”며 “경영능력과 육성의지 등 객관적으로 평가 받을 수 있는 비전 제시가 우선 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대건설, 대한민국 건설의 ‘상징’=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산업의 ‘상징’과 같은 기업이다. 워크아웃 이후 최근 5년간 매년 20% 이상의 성장율로 국내에서 독보적인 1위의 지위에 올랐다. 미국 건설전문지 ENB가 지난 8월 발표한 ‘2009년도 세계 건설사 순위’에서는 해외매출을 기준으로 한 ‘인터내셔널 부문’23위를 기록했다. 올초 내세운 해외 수주 목표가 122억달러에 달한다. 현대건설의 해외 시장에서 강점을 보이는 것은 전 사업 부문의 고른 경쟁력 때문. 전통적으로 토목사업에 강점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 핫 이슈가 된 발전플랜트 및 화공플랜트에서도 다양한 경험과 실적을 갖고 있다. 또 해외 수주 속도가 앞으로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현대건설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동남아와 중동 시장을 개척한 현대건설은 이미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한 기반을 구축한 상태로 향후 해외 수주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변질되는 인수전, 평가방식이 중요=매물로 나온 기업의 경쟁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인수후보들의 ‘의지’는 강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새 주인을 선택하는 과정에서‘인수의지’가 결정적인 잣대가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과도한 의지가 인수전 자체를 감정 싸움으로 변질 시킬 수 있고, 또 이런 식으로 성공한 M&A는 향후 심각한 후유증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자를 의식하는 광고까지 등장한 현대건설 인수전은 이미 그런 징후를 보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시장 경제 논리가 철저히 적용돼야 할 M&A에서 감성을 자극하고, 여론 몰이를 이용하려는 것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고 지적했다. 현대건설 지분 7.9%를 갖고 있는 정책금융공사의 유재한 사장도 7일(현지시간) 워싱터 D.C에서 갖은 기자간담회에서 “딜을 추진하는 입장에서 국민감정에 호소하는 게 적지 않은 부담”이라고 밝혔다. 초기부터 인수전이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진행되자 인수 후보들을 평가할 채권단의 역할, 특히 평가 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격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중요한 평가 기준일 수 밖에 없지만 채권단이 너무 가격에만 집중할 경우 더 큰 화(禍)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재무적 건정성, 역량 등의 기타 요소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 가격중심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경우 제2의 대우건설이나 쌍용차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룹을 워크아웃으로 몰아넣은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인수나, 국가 기술 유출의 손실을 입은 상하이차의 쌍용차 인수와 같은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인수의향 기업의 ‘재무능력’과 ‘경영능력’등이 ‘인수의지’와 함께 변별력 있게 평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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