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대통령 예비후보의 이념을 엿볼 수 있는 책이 한 권 있다.<기업경영 이념>이다. 1982년에 발행한 이 책은 자신의 석사논문을 보완한 저서다. 이 책을 본 정 예비후보의 부친인 故정주영 회장은 "가른 건 몰라도 서문(머리말)은 곧잘 썼더라"고 칭찬했다고 한다. 무슨 소리를 했기에 그런 반응을 보였을까. 아마도 이런 구절이 아닌가 싶다. 이 때문에 루소도 어떻게 하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가에 대해 고심했어야 했다. 경제발전이란 자연에서 태어난 인간들이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한 일부로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경제발전의 궁극적 목표가 시커먼 연기와 고약한 냄새를 발산하는 산업사찰(Industrial Temple)을 만들어 내거나 잿빛 작업복에 작업모를 쓴 무감정 무표정한 공장 감독자나 근로자를 만들기 위한 것은 아니다... 사실 루소가 생존하였던 시대보다도 현대는 자연으로 돌아가기가 더욱 어려워진 시대다...>서술은 이리저리 돌고 있지만 본질은 하나다. 개발성장의 불가피성이다.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나팔만 불게 아니라 이렇게 저렇게 해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방법론을 찾는데 루소가 고심했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그래, 그거 말 한 번 잘했다"고 내심 정주영 회장은 기뻐했음직하다. 이건 하나의 에피소드 같지만 현대 산업사회의 핵심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 개발성장이냐, 환경보존이냐는 정치 이데올로기가 소멸된 이후 인류가 직면하게 된 대립적 이념의 문제다. 환경파괴와 극빈곤의 모습은 오늘도 세계의 뉴스면을 장식하고 있다. 멀리는 말할 것도 없고 한반도에서도 그 현상이 극명하게 부각되어 가고 있다. 남쪽 사회는 개발성장에 따른 환경파괴와 사회 문화적 갈등에, 북쪽 사회는 절대빈곤을 타파할 개발성장이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것은 기업과 노조를 보는 대중 갈등의 핵심이기도 하다. 필마단기로 출마한 정 후보를 두고 대중의 흥미가 높다. 대통령까지 될까? 매스컴은 후보 검증작업이 한창이다. 그의 자질을 이런 분야에서 탐색해 보면 어떨까. <기업경영 이념>은 진짜로 당신의 시각과 생각을 담은 논문인가. 철학을 좋아하는 모양인데 당선이 된다면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 그저 어벙한 답변만 하지 말고 분명한 생각을 말해 달라, 그리고 실례의 질문 하나 더. 혹시 논문의 숨은 필자가 따로 있는 건 아닌가. 손광식(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