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취업 과외 시대

박중훈, 정유미 주연의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은 취업에 번번히 실패하는 지방대 졸업생의 고단한 현실을 다루고 있다. 영화 속에서 정유미는 면접관 앞에서 춤까지 추는 등 '별 짓'을 다해보지만 취업의 문을 뚫지 못한다. 젊은이들의 취업분투기는 영화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최근 인쿠르트가 신입사원 5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서 36.8%가 취업 사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을 위해 받는 컨설팅이 '선택'에서 '필수'로 바뀌고 있는 것. 취업 사교육 업체들은 지난 2002년 처음 등장한 뒤 2009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현재 강남역 주변에서만 10여개 학원이 운영 중이며 종로와 여의도 일대에도 학원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중엔 두 군데 이상 분점을 낸 학원도 있다. 학생이 원할 경우 자기소개서 대필부터 모의면접까지 원스톱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비용은 업체와 프로그램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30만원에서 최대 300만원까지 든다. 형태도 다양해 어떤 컨설턴트들은 일반 회사에 다니면서 일종의 '부업'처럼 과외 형식으로 학생을 모아 지도하기도 한다. '취업 과외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23일 본지 사회면에 취업과외 기획기사가 나가자 마자 수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표명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구직자는 "어릴 때부터 온갖 학원을 전전했는데 취업까지 사교육에 의존하게 될 줄 몰랐다"며 "학자금 대출 이자에 컨설팅 비용까지 도무지 끝이 보이질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내 깡패 같은 애인'에서 정유미는 '애인'의 도움으로 결국 취업에 성공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비싼 돈 내고 학원을 다닌 구직자들 중에서도 상당수는 쓰디쓴 눈물을 삼킨다. 한 컨설턴트는 "심리적으로 위축된 구직자의 자신감을 북돋우고 취업 과정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졸 백수가 300만을 넘은 상황에서 '기꺼이' 학원을 찾는 구직자들은 점점 늘어갈 것이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시장이라면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래도 씁쓸함은 남는다. 취업하기 위해 과외까지 받아야 하는 시대. 2011년 오늘을 사는 청춘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그 와중에 푸른 봄(靑春)이 저만치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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