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블루오션 필요한 주류업계

추석 차례주를 구입하러 유통 매장에 가보면 어느 제품을 선택할지 늘 고민에 빠지게 된다. 각 제품들마다 겉모습은 그리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국순당은 경쟁사의 제품이 자사 제품의 디자인을 모방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차례주뿐만 아니라 주류 제품은 같은 주종이라면 대체로 외관상 큰 차이가 없다. 맛 역시 평소 자주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다른 제품들과 차이점을 구별하기 쉽지 않다.


이런 주류시장의 특징 때문에 주류업계 관계자들은 시장 점유율 경쟁을 '냉장고 싸움'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주점 등 업소에 비치된 냉장고를 확보하면 적어도 해당 업소를 찾는 소비자들은 자사 고객이 된다는 얘기다. 바꿔 말하면 주류시장에서 개별 브랜드에 대한 고객 충성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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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선호가 없는 고객들을 겨냥해 때로 판촉활동이 과열되다 보면 경쟁 업체 깎아내리기, 비방하기 등 네거티브 마케팅이나 노이즈 마케팅이 나타나기도 한다. 법적 대응을 진행하겠다는 국순당이나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으로 싸움을 중단한 무학과 대선주조, 올 초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소주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소문에 연관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하이트진로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불황으로 위스키, 맥주 시장이 침체에 허덕이는 가운데 그나마 불황에 강하다는 '서민 술'소주시장마저 성장이 정체되자 갈수록 시장을 빼앗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나타난 결과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다른 업계와 달리 주류업계의 다툼은 결국 공정위, 검찰 등 외부 개입이 있어야 끝난다는 점이다. 업계의 과당 경쟁이 도를 넘어섰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업계는 네거티브 마케팅으로 그다지 득을 본 기업이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 들어 주류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키운 오비맥주나 무학의 경우 고급맥주, 저도소주 등 신 시장을 개척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무한 경쟁의 레드오션 속에서 신시장 개척이라는 블루오션을 찾아낸 기업이 성공한다는 진리는 주류업계에도 예외가 아니다.


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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