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대원 삼성기계소그룹장(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전문경영인)

◎‘뚝심’ 추진력… 「고등훈련기」 따냈다/군·정부에 마당발… 논리로 설득/카메라시장도전 세계 7위 올려놔/컴퓨터 수준급 「전자결재」 도입도지난 95년 9월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은 이대원 당시 항공사장을 기계소그룹장 겸 중공업·항공부회장으로 승진, 임명하면서 특명을 내렸다. 경영실적이 좋잖은 기계·조선 등 중공업부문을 정상화시키고, 덩치를 키우라는 것. 그룹은 중공업을 자동차와 함께 21세기 신수종으로 선정, 집중육성한다는 전략을 마련했었다. 이회장이 이부회장을 발탁해 이같은 중책을 맡긴 것은 돌파력과 추진력을 높이 샀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회장이 경남 사천의 삼성항공 F16 조립공장을 방문했을 때 꼼꼼한 사업장 관리와 차질없는 일처리에 흡족하게 생각했다는게 그룹 비서실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방문 직후 이부회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기계소그룹 총괄 부회장에 취임하자 마자 구조조정을 위한 대수술을 단행했다. 우선 세계 7대중공업 업체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경쟁력있는 사업과 신규전략 분야에 경영자원을 집중하고, 한계사업은 과감히 철수하거나 중소기업에 매각했다. 중공업경영에 큰 부담을 주는 자동차와 상용차부문은 떼어내고, 제철설비 파쇄기 소각로 등 저부가가치 사업은 철수했다. 대신 부가가치가 높은 액화천연가스(LNG)선박건조와 정밀자본재산업, 메카트로닉스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당시 그룹계열사 중 처음으로 계열사 전배와 명예퇴직 등을 통해 인력을 줄이는 과단성을 보인 것도 관심을 모았다. 삼성에서 명예퇴직 등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그의 과단성은 재계의 주목을 받기 충분했다. 그의 또다른 특징은 공격경영.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은 적극적인 추진력과 특유의 마당발과 논리를 바탕으로 항공업계의 치열한 경쟁에서 중형항공기사업의 주계약업체로, F16 사업에서는 주조립업체로 선정돼 종합항공 메이커로 도약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는 끊임없이 신규사업 아이디어를 내고, 이것이 성사되도록 만들어가는 뚝심경영자다. 이는 오는 99년이면 일감이 끝나는 F16사업의 후속사업으로 고등훈련기사업(KTX­2)과 민수용헬기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관리와 군을 특유의 논리력으로 끈질지게 설득해 성사시킨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카메라사업을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시킨 것도 그의 뚝심과 공격경영에서 비롯됐다. 일본이 세계시장을 제패하고 있는 카메라시장에 출사표를 던져 세계 7위 규모의 업체로 도약시켰다. 그가 카메라에 대한 공격경영을 선언할 당시 사내에서는 일제보다 경쟁력이 떨어져 승산이 없다며 냉소적인 분위기가 팽배했다. 좁은 내수시장을 벗어나 일찌감치 해외생산기지 및 마케팅 거점 구축에 나서 글로벌경영에 주력하는 것도 주목을 끌고있다. 그는 업무프로세스 향상을 위해 경영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네트워크경영으로 사내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사내문서를 없애고 최고경영자 부터 말단직원까지 전자결재시스템을 도입했다. 의사결정 단계를 크게 줄여 스피드경영에 총력을 기울이는 등 경영혁신에 앞장서고 있다. 이같은 경영은 컴퓨터에 대한 식견과 실력이 바탕이다. 그는 사무실에서나 자택에서나 언제 어디서든 항상 컴퓨터를 만지며, 모든 일을 서류없이 컴퓨터로 처리하고 있다. 업무지시와 회의소집도 컴퓨터를 이용한다. 새벽에 자택에서 아침 7시 임원회의 소집시간을 직접 컴퓨터망을 통해 알리는 경우도 많다. 그룹공채 6기로 제일모직에 입사, 경리과 관리파트에서 주로 잔뼈가 굵은 후 건설 제일제당 대표를 거쳤다. 이병철 회장 당시에는 입사동기인 이수빈 생명회장, 이필곤 중국본사회장 등에 가려 주목을 끌지 못했으나 93년 이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하고 경영혁신을 진두지휘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가 풀어야할 숙제도 많다. 무엇보다 항공과 중공업 등이 경기불황 등으로 겪고 있는 경영난의 극복이다. 항공의 경우 군납에 의존하는 항공사업의 특성과 일감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그는 항상 희망을 강조한다. 최근 삼성은 국방부 및 록히드마틴사와 총 1조7천억원이 소요되는 고등훈련기개발 계약을 체결했다.<이의춘 기자> □약력 ▲41년 충남 서산출생 ▲중앙고 서울대 상학과졸 ▲65년 제일모직 입사 ▲80년 삼성전자상무 ▲87년 제일제당부사장 ▲89년 제일모직 사장 ▲91년 삼성항공사장 ▲95년 삼성중공업 항공부회장(기계소그룹장 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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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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