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3일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을 차기 정부로 넘기며 사실상 불허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정부 입장을 감안할 때 당분간 수도권에 대규모 투자는 어려울 전망이다. 또 정부로서는 수도권 규제와 관련된 현안을 매듭짓지 못해 기업의 투자의욕을 위축시키고 지역 갈등의 소지를 남겼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하이닉스는 일단 청주에 1차공장 증설에 나서면서 수도권 진입을 위한 정부 눈치보기를 계속해야 할 처지가 됐고 시의 적절한 투자를 할 수 없게 돼 경쟁력 차원에서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수질환경 규제 불가피’ 증설 불허=정부는 표면상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을 내년 이후 검토해보겠다고 했지만 이날 정부가 배포한 자료에서는 이 같은 표현이 ‘립서비스’ 차원임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재정경제부가 이날 언론사 논설위원 간담회에서 배포한 ‘하이닉스 증설투자 참고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이천의 수질환경 규제 불가피성’ 사유로 ▦팔당호가 2,300만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이어서 구리 등 특정수질 유해물질 배출시설의 원천적 입지 제한이 불가피한 점 ▦반도체 공장 증설시 다량의 오염물질 배출 및 유사 규제완화 요구 증가로 환경정책의 기본틀 유지가 곤란한 점 ▦해외에서도 상수원 지역에 입지한 반도체 공장은 없다는 점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이 같은 3가지 ‘불가’ 이유는 차기 정부에서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을 추진하거나 이천과 비슷한 수도권 환경보전권역에 대규모 투자의 허용 여부를 결정할 때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환경단체 등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차기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섣불리 수도권 규제완화를 추진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결정은 따라서 수도권 투자 확대를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 경쟁력 타격 우려=이천공장 증설 불허로 하이닉스는 청주에 일단 300㎜ 웨이퍼 공장을 증설할 수밖에 없다. 세계 반도체 업계의 경쟁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300㎜ 공장 건설을 더는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하이닉스는 일단 청주에 공장 한 동을 건설한 뒤 나머지 투자는 가능한 이천에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닉스는 당초 이천 증설의 필요성과 관련, 국내 유일의 300㎜ 공장이 이천에 있어 인프라나 유휴자산 활용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고 이천 연구개발(R&D) 센터 등에 고급인력 충원이 용이하다는 점을 제시했다. 이 같은 이점을 하이닉스로서는 쉽사리 버릴 수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정부가 2차 증설마저 청주로 유도하고 있고 오는 2008년 이후로 예상되는 이천공장 증설 허용 여부도 극히 불투명해 하이닉스의 경쟁력 강화는 물 건너간 양상이다. 이 과정에서 하이닉스가 전격적으로 중국 공장 증설에 나설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