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완화하면…"가계·금융 동반부실 가능성"

[커져가는 DTI 규제 찬반 논란]<br>분양은 지나치게 비싼 집값이 원인<br>관련세제·개발규제 완화가 대안 될수도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여부를 놓고 혼선을 빚는 사이 부동산시장은 더욱 꽁꽁 얼어붙고 있다. 한 남성이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매물안내판을 바라보고 있다. /조영호기자



"정부는 지금 실효성 없는 건설경기 부양에 골몰할 때가 아닙니다.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시켜 가계소득을 늘려주고, 부채를 줄여줄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 순위 과제입니다."(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전문가와 금융권에서도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 옹호론 못지 않게 반대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DTI규제를 풀어봐야 득보다 실이 클 것이란 게 이들 주장의 요지다. DTI 완화 반대론은 국제적 금융위기가 해소되지 않은 시점에서 DTI 규제를 풀어봐야 건설경기 진작이나 은행 수익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으며 되려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금융 부실 위험만 키울 것이란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이중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한층 높아지고 있다. 가계가 빚을 갚을 능력은 지난 2000년 이후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데 오히려 대출 규제를 풀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가계의 채무상환능력(가계부채를 가처분 소득으로 나눈 것)은 지난 2006년 1.31이던 것이 2007년에는 1.39, 2008년에는 1.43을 기록하는 등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또한 국내 가계 부채 규모는 지난 2002년부터 2009년까지 무려 377조원이나 늘었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 가계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전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수준인데 이런 상황에서 빚을 더 내서 집을 사라고 권하는 정책은 옳지 않다"며 "정부는 건설경기 부양보다는 부동산 가격 거품 문제를 연착륙 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원 역시 "정부는 가계 부채가 심각한 상황이란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지금은 DTI규제 완화를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한국은행에서는 지난 4월말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 제 15호'를 통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해 잠재된 위험요인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며 "가계부채의 과도한 증가를 억제하고 고용 및 소득여건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반대론자들은 특히 DTI규제가 자칫 '가계부채 증가→부동산 거품붕괴→금융부실→제 2의 금융위기 발생'이라는 악순환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임상수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부동산 가격이 불안한 상황에서 (정부는 금융규제를 풀어) 가계 부채가 더 늘어나면 앞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시 미국과 같은 금융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DTI규제 완화가 주택 미분양 문제 처리에 근본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줄을 잇고 있다. 현재 미분양 주택 물량이 쌓이는 것은 기본적으로 주택가격이 국민 소득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 더 이상 집값이 오르기 힘들 것이란 주택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의 비관론에 따른 것이지 금융규제 때문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서울과 경기지역의 주택담보대출자들의 평균 DTI비중은 각각 23%와 20%선에 불과했다. 현재 수도권 지역의 DTI 상한선이 40~60%선인데도 주택구매자들은 그 한도 조차 절반 이하만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DTI규제를 더 풀어준다고 해도 빚을 더 내서 미분양 주택을 사겠다는 수요층은 많지 않을 것이란 점에 대해선 건설업계 역시 동의하고 있다. 허석균 한국개발연구원(KDI) 금융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DTI 40%이상, 즉 연 소득의 40%이상을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쓴다면 정상적인 실수요자라기보다는 투기적 수요자로 봐야 한다"며 "정부가 이런 투기 수요의 숨통을 터주기 위해 무리해서 금융규제를 풀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장민 금융연구원 국제거시금융연구실장도 "DTI규제를 푼다고 해서 시장에 미치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가계부채만 늘어나는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선 금융규제보다는 관련 세제 및 개발규제를 푸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주택시장을 살리는 것이 목적이라면 DTI를 풀기보다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정책을 완화해주고 재건축 규제 등을 푸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은행권 일각에서 조차 DTI규제 완화의 실익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신한은행의 한 임원은 "솔직히 은행 입장에선 DTI규제를 풀어주면 그만큼 주택담보대출 영업실적이 일부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그만큼 대출 부실 리스크도 커진다"며 "은행의 영업측면에서도 DTI규제 완화는 크게 득이 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