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여성 의류매장 판매직원인 이세정(27ㆍ가명)씨는 최근 몸에 힘이 쭉 빠지고 명치가 꽉 막힌 듯 답답하며 어깨와 등이 아픈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다. 이씨는 소화기내과 등에서 내시경 진료를 받는 등 열심히 병원을 다녔으나 좀처럼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이씨는 의료진의 권유로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 정신과에서는 '스마일 우울증'으로 진단했다. 우종민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최근 특별한 이유 없이 몸이 아픈 증상이 나타나는 우울증인 '가면우울증' 환자가 늘고 있다"며 "겉으로는 아무일 없는 듯 호탕하게 웃어도 속은 곪아서 타들어가기 때문에 '스마일 우울증'이라고 불린다"고 말했다. 겉보기에는 매우 활달하고 명랑한 성격의 이씨도 늘 손님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직업상 겉으로 우울함을 드러낼 수 없어 감정을 숨기다 보니 극도의 스트레스가 쌓여 몸의 각종 이상 증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씨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항우울제를 3주 정도 복용한 뒤 수년간 고질적으로 자신을 괴롭혀온 위장병 증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씨의 경우 위장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위장운동을 조절하는 신경에 문제가 있었던 것. 이런 스마일 우울증은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아지고 자신의 감정을 포장해야 하는 직업군이 많아지면서 증가하고 있다. 또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을 꺼려하는 동양인의 특성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보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가면우울증 환자가 많다고 우 교수는 지적했다. 최근 발간된 'Dr.우의 우울증 카운슬링'의 저자이기도 한 우 교수는 "가면우울증 환자들은 자신의 우울함이 병의 근원인 줄 모른 채 이곳저곳 아픈 곳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아 다니지만 증상이 쉽게 호전되지 않고 결국 더 악화되고 우울증이 심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며 "신체적 증상이 감정 상태를 가려버림으로써 조기진단이 어려운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따라서 뚜렷한 원인 없이 신체의 불편한 증상이 오랫동안 계속되면 우울증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마일 우울증을 예방하려면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그날 쌓인 감정은 직장동료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며 제때 풀고 식후 가벼운 산책과 규칙적 운동을 해주는 것이 좋다. 매일 10분 이상 햇볕을 쬐고 과도한 카페인 섭취를 피하며 '하루에 한 가지씩 기분 좋은 일'을 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