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2월 22일] 부끄러운 '정치' 서글픈 '국민'

대한민국 정치권에 정치력이 실종됐다. 귀를 막은 정치인들의 우격다짐만 있을 뿐이다. 오로지 ‘우리가 옳고 너희는 잘못’이라는 독선과 오만만이 정치권에 퍼져 있다.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절충점을 찾기 위한 대화와 협상 노력은 없다. 이제 대한민국의 폭력 정치는 전세계의 비아냥거리가 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BBC 방송, 중국 신화통신 등 전세계 주요 언론은 지난 19일 우리 국회에서 발생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상정을 놓고 벌어진 여야 간 물리적 충돌을 현장 사진과 함께 크게 보도했다. 한 외신은 “(한국 정치의) 질서 점수는 빵점” “폭력만이 한국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정치적 거부의 방법”이라고 힐난했다. 또 NYT는 해머와 망치ㆍ소화기가 동원된 여야의 몸싸움을 ‘한국 스타일의 정치 (Politics, South-Korea Style)’라는 부제를 달아 보도했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정치 선진국의 경우 의회에서의 폭력은 사라진 지 오래다. 미국은 남북전쟁 직전인 1850년대 남부의 노예제 찬성 의원이 북부의 반대 의원에게 폭력을 행사한 후 150여년 동안 단 한차례도 의회에서 폭력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 일본도 가벼운 몸싸움은 있지만 우리처럼 고성과 막말이 난무하는 폭력사태는 일어나지 않는다. 유럽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정견에 배치되는 이들에게 할 수 있는 정치적 제스처는 집단 퇴장이나 야유 정도다. 2,500여년 전 공자는 정치를 행함에 있어 ‘정자정야(政者正也ㆍ정치하는 사람은 바르게 해야 한다)’를 강조했다. 이에 비춰 우리 정치는 150년 전 미국보다, 아니 2,500년 전 공자가 살았던 시대보다 뒤떨어진 구태를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22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외통위의 폭력사태로 파손된 시설 복구에 출입문 400만원, 회의 테이블 330만원, 카펫 150만원 등 총 1,987만원이 드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설 복구에는 당연히 국민의 혈세가 사용된다. 정치인들의 폭력에 따른 시설 복구 비용으로 쓰라고 세금을 낸 국민은 한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쟁점법안 처리를 두고 정치권에는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정치적 명분에 매몰돼 이성을 상실한 정치권이 그저 하루 빨리 정신을 차리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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