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현판' 문제로 40년 지기인 유홍준(愈弘濬) 문화재청장과 `서신공방'을 펼쳤던 한나라당 김형오(金炯旿) 의원이 31일 유 청장에게 다시 편지를 보내 우정을 변함없이 유지하면서 건전한 역사토론을 이어가자고 제안했다.
김 의원은 문화재청이 광화문을 복원하면서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친필현판을 조선 정조(正祖)의 글씨 현판으로 교체키로 하자 지난 27일 서울대 67학번 동기로 절친한 친구 사이인 유 청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승자에 의한 역사파괴를 막아야 한다"고 재고를 강력히 요청했고, 이에 유 청장이 공개답신을 보내 "광화문 현판교체는 이미 1995년에 결정된 것"이라고 반박, 네티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김 의원은 유 청장에게 보낸 2번째 편지를 통해 먼저 "내가 (최근) 보낸 그 편지는 자네에게 `연애편지'를 쓰는 심정으로 작성한 것"이라면서 "환갑을 앞둔 이 나이에 무슨 설렘이 있겠냐마는 사랑하는 친구에게 고언(苦言)의 글을 드린다는 것이그리운 님에게 연애편지를 쓰는 것 이상으로 그리 만만치는 않았다"고 첫 번째 공개서한을 보낼 때의 소회를 밝혔다.
공개서한을 보낸뒤 27일부터 2박3일간 중국 샤먼(厦問)을 방문하고 29일 밤 귀국한 김 의원은 "내가 `아편전쟁'의 도시 샤먼에서 오랜만에 여유를 즐기는 사이 한국은 때아닌 `광화문 전쟁'이 일어났고 그 주범인 나는 빠지고 내게 보낸 편지로 인해 자네가 주적처럼 곤욕을 치루고 있어 내 마음 황당하기가 그지없네"라면서 "뭔가 `뒤틀림'은 막아야 겠다는 생각에서 이렇게 다시 글을 올렸다"고 두번째 공개서신을 보내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제 40년의 친구로 돌아가세. 나에게 우정과 명예를 놓고 선택하라면 난단연 우정을 택할 것"이라면서 "자네가 불필요한 오해를 받고 심지어는 나쁜 사람으로 일부 네티즌이 취급하는 것은 나로서 참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 "나의 정치적 견해를 추호도 강요하지 않고 자네의 역사관을 조금도 폄하하지 않으면서 `영원한 청년 유홍준'의 입장이 최대한 되어 보려 해 보겠네. 그러면서도 나의 소박한 역사관 내지 인생관을 조용히 자네에게 말할 수 있는기회를 갖고자 하네"라며 `선의의 토론'을 계속 이어갈 뜻을 내비쳤다.
김 의원은 또 "나는 오늘 우정과 비판이 함께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네. 우리가 대학에서 청춘을 불태웠던 그 정열의 불씨가 아직 남아 있음을 확인받는 기쁨의 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광화문 현판 교체와 관련해 친구인 유청장에게 보낸 글이 이처럼 큰 반향을 불러올 줄 몰랐다"면서 "나와 유 청장과의 `현판공방'이 역사에 대한 건정한 토론의 씨를 뿌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오후쯤 유 청장에게 보내는 글을 다시 올릴 예정"이라면서 ▲광화문 현판을 교체하려는 시점 ▲정조 글씨의 현판으로 바꾸려는 이유 등 유 청장이 보낸 답신에서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부분을 다시 묻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