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손모(25)씨는 최근 월드컵 응원용품을 구입하러 의류매장을 찾았다가 붉은악마 티셔츠의 비닐포장에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가 새겨져 있는 것을 보고 씁쓸해했다. 티셔츠뿐 아니라 두건이나 타월 등 매장에 전시된 다른 응원용품도 중국산 일색이었다. 한국팀의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꿈을 펼칠 무대인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축구대회가 11일 밤(이하 한국시간) 막을 올린다. 7회 연속이자 통산 8번째로 지구촌 최대 축구잔치인 월드컵 무대에 당당히 주연으로 초대 받은 한국은 이제 나라 밖에서 처음으로 16강 진출의 꿈에 도전한다. 월드컵 개막을 맞아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응원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지만 인터넷 쇼핑몰이나 할인매장ㆍ편의점 등에서 판매되는 각종 응원도구는 중국산 제품으로 채워져 월드컵 특수를 기대했던 국내 업체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업계에서는 티셔츠나 대형 태극기, 머리띠, 막대풍선 등 응원도구의 90% 이상을 중국산 제품이 장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산 제품은 국산에 비해 가격이 20~30% 수준에 불과한데다 국내 업체들도 대부분 중국에 외주생산을 의뢰해 국내로 들여오고 있기 때문이다. 붉은색 원단을 생산하는 오창섬유공업의 경우 지난 2002년만 해도 공장을 풀가동했지만 올해는 주문 자체가 아예 실종돼버렸다. 도병천 사장은 "인건비 등 가격 문제 때문에 중국산에 갈수록 밀리고 있다"며 "월드컵을 겨냥해 미리 원단을 만들어놓은 국내 업체들은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염색 전문업체 K사도 중국과 베트남으로 빨간색 염색물량이 넘어가면서 주문량이 예년의 4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의류 브랜드 입장에서 비싼 한국 업체에 물량을 줄 리 있겠냐"며 "중국이나 인도네시아에서는 한국의 3분의1 수준이면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실제 K리그 서포터스를 후원하는 한 패션업체는 100만장의 월드컵용 티셔츠를 중국 업체를 통해 생산했으며 국내에서는 포장 및 배송작업만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태극전사들의 도전은 12일 오후8시30분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최대 분수령을 맞는다. 이어 한국은 오는 17일 오후8시30분 강호 아르헨티나와 2차전, 23일 오전3시30분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와 3차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