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필리핀에 사무실을 두고 대출이 급한 저신용자들로부터 국제전화금융사기를 일삼던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영도경찰서는 7일 전화금융사기로 수백명에게서 10억원 상당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 등)로 총책 김모(38)씨 등 11명을 구속하고 일당 11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5월 대출회사 운영이 어려워지자 알고 지내던 대부중개업체 직원과 텔레마케터, 친구 등을 동원해 한국조직ㆍ필리핀조직ㆍ자금책ㆍ인출책 등으로 구성된 보이스피싱 조직을 만들었다. 9명으로 구성된 국내조직은 속칭 대포폰으로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대출을 희망하는 사람의 인적사항, 연락처를 파악해 필리핀에 있는 조직으로 넘겼다. 전직 대부중개업 직원들로 구성된 필리핀 조직원들은 발신자 추적이 불가능한 인터넷전화를 이용, 보증보험 수수료나 선이자 명목으로 돈을 송금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6월 피해자 박모씨의 신고를 접수한 뒤 4개월여에 걸친 추적 끝에 일당을 검거했다. 이들이 사용한 대포통장을 역으로 추적해 은행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인출하는 일당 중 한명을 은행 CCTV에서 포착, 끈질긴 탐문수사로 검거해낼 수 있었다.
경찰은 이들이 올 5월 말부터 최근까지 이 같은 수법으로 수백명에게서 10억원 이상을 송금 받아 가로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대출 중개업무를 해주고 일단 환심을 산 뒤 보이스피싱으로 돈을 가로채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대출이 필요하지만 업무 때문에 바쁘거나 신용등급이 낮아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람이나 노인들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 검거한 보이스피싱 조직은 전원 한국인인데다 전직 대부중개업체 직원들로 구성돼 피해 규모가 컸다"며 "전화로 대출을 권유하는 것은 일단 의심해야 하고 정부에서 시행 중인 서민지원대출은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