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송종호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창업사관학교 만들어 中企가업승계·청년 CEO 양성"



내년 中企정책자금 80%이상
녹색·부품등 전략산업에 배정 한계기업 생명연장식 지원 중단
정책자금 이용횟수 제한등
자금 쏠림 방지책도 마련 '히트500' 오프라인 매장 개설
내수 판로 개척에도 지속 투자
"녹색 분야 및 부품소재 등 전략산업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을 통해 기술혁신형 창업을 활성화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1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송종호(55ㆍ사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1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중소기업 정책자금의 80% 이상은 전략산업 분야에 중점적으로 공급될 예정"이라며 "정책자금의 전략적 배분을 강화하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도록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이사장은 내년도 정책자금 운용방향과 관련, 한국의 미래 먹을거리를 책임질 수 있도록 기술혁신형 창업 및 성장 초기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중진공이 시중 금융권과 차별화된 자금운용 전략으로 정책지원 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다지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 중소기업 정책자금 규모는 모두 3조2,075억원으로 올해(3조1,355억원)와 엇비슷한 수준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뜯어보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 송 이사장의 설명이다. 송 이사장은 "창업 활성화 및 개발기술 사업화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며 "특히 녹색ㆍ신성장동력, 부품ㆍ소재산업, 지식서비스ㆍ문화콘텐츠, 융복합산업 등 전략산업에 대해서는 100%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창업기업 지원에 올해보다 43%나 급증한 1조4,000억원이 투입되며 개발기술사업화자금도 2,580억원이나 배정됐다. 반면 자금조달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업력 7년 이상 기업의 신성장기반자금과 긴급경영안정자금은 각각 24.4%, 6.9%씩 감소했다. 아울러 창업자금 및 개발기술사업화자금은 직접대출을, 담보력이 취약한 창업 초기기업에 대해서는 신용대출을 대폭 확대해 과거에 비해 자금 지원의 문턱을 낮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 이사장은 특히 "자생력을 갖춘 우량기업에 대해서는 민간금융 활용을 유도하는 대신한계기업의 생명연장식 지원은 중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진공이 제시한 한계기업이란 3년 연속 총차입금이 매출액보다 많은 기업을 비롯해 ▦2년 연속 매출액이 50% 감소하고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거나 ▦3개월간 45일 이상 연체기업 ▦2년 연속 적자기업 중 자기자본이 전액 잠식된 업체 등을 말한다. 또한 일부에서 논란을 빚었던 자금편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사업별 정책자금 이용횟수를 3년 이내 3회로 제한하고 최대 융자잔액한도를 책정함으로써 동일기업에 대한 자금 쏠림을 방지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심사방식의 합리화 및 융자처리 기간 단축 등 기업 중심의 자금지원 체계를 구축한 것도 새해부터 달라진 점이다. 송 이사장은 "직접대출 확대에 따라 채권확보가 가능한 경우 약식으로 심사하는 '패스트트랙'과 정책자금 부실을 막기 위해 신용대출 기업에는 심층심사를 거치는 '풀 트랙'방식으로 이원화할 것"이라며 "융자처리기간도 기존의 30일에서 20일로 단축해 보다 신속한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중진공은 또 자금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내년부터 매달 1일부터 5일까지 창업기업ㆍ개발기술사업화 자금을 우선 신청 받고 6~10일에 신성장기반ㆍ긴급경영안정ㆍ사업전환자금을 접수 받기로 했다. 송 이사장은 취임 이후 청년창업 활성화 및 인력양성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새로운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중소기업 2세 경영인들의 가업승계와 20~30대 청년창업 활성화를 위해 내년 3월부터 '창업사관학교'를 선보인다는 것이다. 송 이사장은 창업사관학교를 청년 최고경영자(CEO) 양성을 위한 새로운 메카로 키우겠다며 정성을 쏟고 있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청년창업 및 2세 가업승계의 기피로 중소기업 CEO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되는 바람에 경제 전반의 추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사업화 경험이 부족한 청년 CEO들의 도전의식을 함양하고 창업 전과정에 걸친 입체적 지원으로 창업 활성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중진공은 내년 3월 경기도 안산의 연수원에서 창업사관학교를 출범할 예정이다. 50여명의 2세 경영인과 청년 창업자들은 6개월 동안 전문가들의 1대1 도움을 받아 창업계획 수립, 시제품 제작 및 판로개척 등 창업 전과정에서 발생되는 문제를 해결해나가게 된다. 또한 이들에게는 연간 최대 1억원 이내의 창업활동비와 기술개발비ㆍ시제품제작비ㆍ마케팅비 등 단계별 사업비가 지원된다. 졸업 후에는 자금 및 공장 입지지원, 투자유치, 교류회 결성 등 다양한 연계지원을 통해 신생 기업의 신속하고 성공적인 안착을 돕게 된다. 송 이사장은 "창업사관학교를 통해 1개의 기업이 설립될 때마다 최소 5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사관학교에서 배출된 청년 CEO들이 일자리 및 부가가치 창출을 이끌어내고 창업 활성화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진공은 일선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외 시장의 판로 개척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 중소기업의 내수시장 판로를 지원해준 '히트500사업'이 내년부터는 오프라인으로 확대된다. 참여업체 가운데 연간 100개 품목을 집중 육성해 이들 제품을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인 '히트500브랜드숍'이 내년 초 처음으로 서울 목동의 행복한세상백화점에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송 이사장은 히트500브랜드숍을 순차적으로 확대해 전국적인 프랜차이즈망을 갖추겠다는 포부도 제시했다. 그는 "SSM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네 슈퍼마켓에서 히트500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프랜차이즈를 확대하겠다"며 "이 경우 판매망 구축을 위한 별도의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지 않으며 동네 슈퍼마켓도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어 윈윈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중소기업 분야에서 보낸 송 이사장은 '중소기업에 대한 출구전략'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그는 "금융위기의 고통이 완전히 치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출구전략은 자칫 고용문제 등 국가 산업 전체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 이사장은 또 "정부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원을 배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중소기업은 그 규모나 사회적 역할 등을 감안할 때 인위적인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삼기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현장에서 발굴한 중소기업들의 애로사항은 정책으로 즉각 연계하겠다는 것이 송 이사장의 생각이다. 과거 정책지원 기관에만 머무르던 중진공의 역할을 정책수요 발굴 및 정책 중개기관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송 이사장은 "산업 현장을 찾아 중소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자체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사항은 정부 또는 유관기관과 협의해 제도개선에 반영할 것"이라며 "중소기업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책을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약력 ▦1956년 대구 달성 ▦1982년 영남대 전기공학과 졸업 ▦1986년 기술고시 22회 ▦1987년 상공부 ▦1995년 공업진흥청 ▦1997년 중소기업청 기술정책과장ㆍ창업지원과장ㆍ 벤처진흥과장 ▦2005년 창업벤처본부장ㆍ중소기업특별위원회 정책심의관 ▦2008 대통령실 중소기업비서관 ▦2010년 9월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중소기업 위해 꿈꾸는 일벌레
■송종호 이사장은 벤처정책 도입·발전 산 증인… 코스닥시장 토대도 닦아
합리적·실용적 업무 스타일… 소통·비전 공유 중시 공감경영
송종호 이사장은 국내에 체계적인 벤처정책을 도입하고 발전시키는 데 오랜 공직생활을 바친 벤처정책의 산증인이다. 지난 2000년대 초반 벤처관련 법조문 초안의 한 줄 한 줄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으며 코스닥시장의 토대를 닦은 것도 송 이사장이다. 송 이사장은 취임 이후 주말과 휴일을 모두 반납했으며 연말 망년회 자리도 모두 사양할 정도로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직원들은 '중소기업을 위해 꿈꾸는 일벌레'라는 별명까지 붙여줬다고 한다. 그의 업무 스타일은 형식에 얽매이기보다는 지극히 합리적이고 실용적이다. 일상적이고 사소한 업무는 임원에게 전결권을 부여해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현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덕분에 그는 두 달 만에 전국 23곳의 지역본부 및 지부를 빠짐없이 방문해 현장에서 업무 보고를 받은 최초의 이사장이 됐다. 직원들이 업무보고를 할 때도 송 이사장은 가만히 앉아서 듣는 대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직원들과 토론을 하며 가장 이상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방법을 즐긴다. 때로는 업무보고 자리가 밤샘 끝장토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송 이사장은 항상 조직원들과 소통하고 조직의 비전을 함께 공유하려고 노력한다. 취임 이후 모든 직원에게 수차례 메일을 보내는 등 '공감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 한 단면이다. 그는 얼마 전 직원들에게 '코이의 꿈'을 전파하며 중진공의 환골탈태를 당부했다. 송 이사장은 "일본의 코이라는 잉어는 작은 수족관에 넣어두면 8㎝밖에 크지 않지만 강물에 방류하면 무려 120㎝까지도 성장한다"며 "중진공에 잠재돼 있는 성공 DNA를 최대한 발현해 최고의 중소기업 정책지원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임직원이 특화분야 선택 '전문업종제' 통해 맞춤형 지원
■취임 100일…현장밀착형 지원기관으로 거듭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송종호 이사장 취임 이후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현장밀착형 지원기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송 이사장이 변화하는 산업환경과 일선 기업들의 수요를 반영해 도입한 전문업종제는 파격적인 정책실험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전문업종제란 국내 중소기업을 기계, 금속, 화공, 전기ㆍ전자, 섬유, 정보처리 등 6개 전문 분야로 나눠 모든 임직원들이 2개의 업종과 특화품목을 선택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직원들이 각자 맡은 분야의 산업동향을 분석하고 품목별 전문가로 성장해 해당 중소기업에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송 이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업종별로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이 각기 다른데 현행 중소기업 정책은 재무 및 기술 등 기능별 체계로만 나뉘어 있어 한계가 있었다"며 "보다 현장에 밀착된 정책지원을 위해 수요자 중심의 업종별 전문지원조직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송 이사장은 또 "해당 업종에 대한 애로사항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경기변동에 따른 실시간 동향점검이 가능하다"며 "직종을 불문하고 임직원들이 최소 1개 이상의 분야에 대해 지속적인 자기계발과 현장 노하우를 축적해 전직원이 현장 전문가로 성장하고 활동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아울러 현장 접점이라고 할 수 있는 각 지역본부 및 지부 역시 업종별 전문조직으로 개편됐다. 이에 따라 기존에 해당 팀별로 처리되던 자금지원 및 컨설팅, 연수 등의 정부 시책지원을 업종별 전문팀에서 통합 처리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보다 편리하고 신속한 자금을 지원 받을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중진공의 직접대출이 확대됨에 따라 정책자금 운용 부실화를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됐다. 송 이사장은 사전 리스크 관리에 역점을 두는 평가개발팀을 신용관리처에 설치해 본부 심사기능을 한층 강화했다. 중진공은 기업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는 목표를 세우고 현장과의 접점을 최대한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진공은 그동안 관할구역이 넓었던 충북지역에 '충북북부지부'를 신설하고 전국에 13개 지역본부 및 11개 지부를 운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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