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모악산 "가다 못가면 쉬었다 가지‥"

모악산 "가다 못가면 쉬었다 가지‥" 793m 오르막 완만, 20~30분마다 안락한 쉼터 "하늘은 이불이요. 땅은 자리니/ 산은 베개가 되는구나/ 달은 촛불이요 구름은 병풍이고/ 바다를 술통으로 삼는 도다." 전북 완주군 구이면 원기리 일원에 위치한 모악산(母岳山ㆍ793m). 조선시대 이곳에서 수도했던 한 도승이 남긴 시구이다. 도승의 말대로 모악은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베개처럼 포근하고, 어머니 품속처럼 웅대하다. 1972년 12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모악산은 호남 4경의 하나. 변산반도의 녹음이 여름을 대표하고, 내장사와 단풍 가을에 자태를 뽐내고, 백양사의 설경이 겨울에 절경을 이룬다면, 벚꽃이 풍성한 모악산은 봄에 가장 아름답다. 금산사를 거쳐 오르는 산길.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은 봄이 멀지 않았음을 노래하고 있었다. 산책로처럼 완만하게 이어지는 등산로를 30분쯤 걸었을까. 모악정이라는 정자가 보이고 그 왼편으로 제법 가파른 오르막이 눈에 들어왔다. 800m도 안되는 작은 산이라 만만하게 보았는데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고 숨도 차 올랐다. 쉬어갈 때가 됐나 했더니, 반갑게도 나무의자가 놓여있다. 이 길엔 이렇게 20~30분 걷다 쉬다를 반복할수 있게 쉼터가 마련돼 있다. 국내 산이란 산은 대부분 다녔다는 한 사람이 말을 건넸다. "등산에서는 쉬는 맛도 일품"이라고. "산행에 그다지 부담을 주지 않는 이 산, 자녀들 함께 찾으면 좋겠다"며 또 다른 이가 호응한다. 드디어 산 정상. 드넓게 펼쳐진 만경평야와 올망졸망한 구릉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이 산이 왜 모악, 즉 '어머니 산'이란 이름이 붙었는지 별다른 설명 없이도 수긍이 간다. 옛부터 엄뫼, 큰뫼로 불려져온 모악산은 정상 아래에 자리잡고 있는 '쉰길바위'가 아기를 안고 있는 어머니의 형상과 같아서 모악산이라 칭해졌다고 한다. 이름처럼 모악산은 북으로는 만경강을 남으로는 동진강을 발원시키고, 호남평야를 품에 안으면서 우리나라의 도작문화(稻作文化)를 잉태했다. 그런 연유인지 모악산은 계룡산과 쌍벽을 이루는 민중신앙의 텃밭 노릇을 해왔다. 금산사는 미륵신앙의 본산이요, 신라말 견훤이 이 곳을 근거로 후백제를 일으켰으며, 조선조 말에 강증산은 대원사에서 도를 깨우쳐 증산교를 일으켰고, 이밖에 수 십 종의 신흥종교가 이 산에서 발원됐다. 그 자취는 지금도 유적으로 문화자원으로 남아있다. 금산사ㆍ대원사ㆍ수왕사ㆍ귀신사ㆍ청룡사ㆍ용화사 등 사찰과 미륵신앙의 본거지인 오리알터의 증산교 본부 등이 민중적 종교가 발생했던 현장. 지금도 금산사엔 현세와 내세의 행복을 구하는 행렬이 줄을 잇고 있었다. 다시 하산길. 정상에서 모악정을 향하는 길엔 갓대 밭이 길게 이어졌다. 그리고 지천에 퍼져있는 진달래와 벚꽃나무. 아직은 시린 계곡물에 얼굴을 씻으니 모악의 아름다운 봄이 상상 속에 성큼 다가왔다. ◇등산코스 ▦구이중학교-대원사-수왕사-정상-헬기장-심원암-금산사(10km, 3시간40분) ▦주차장-금산사-케이블카-정상-수왕사-대원사-구이(10km, 3시간30분) ▦주차장-금산사-케이블카-헬기장-염불암-금선암-중인리-(11km, 4시간) ▦주차장- 금산사-청룡사-배재-장근재-헬기장-정상-케이블카-금산사-주차장(12km, 4시간30분) ◇현지교통 ▦전주에서 모악산 상학행 좌석버스 이용 종점 하차(1시간 간격ㆍ25분 소요) ▦전주에서 시내버스 운암교, 원안덕, 미치, 대모, 원백행 시내버스 이용 구이중학교 앞 하차(20분 간격ㆍ25분 소요) ◇도로안내 ▦호남고속도로 전주IC-전주시내(전북도청앞)-순창방면 27번 국도- 원기리 구이중학교 앞 100미터 지나면 모악산 입구 진입로 ◇먹거리 ▦도토리묵ㆍ산채비빔밥ㆍ순두부백반(소라네집 063-222-1999, 등산로상회 063-221- 1365, 모악산 순두부 063-221-08980) ▦민물고기매운탕(호수산장 063-222-9138) ◇관광코스 ▦전주-구이상학-대원사-구이상학-구이저수지-상관면 죽림온천 ▦전주-송광사- 위봉사-마애석불-소양면 화심온천 ▦전주-모악산-죽림온천-송광사-위봉사-마애석불- 화심온천-운장계곡-대아저수지-경천저수지-화암사-대둔산 ◇문의 ▦완주군청 문화공보과(063-240-4227) ▦모악산 도립공원 관리사무소(063-548-0734) /김제= 글ㆍ사진 문성진기자 hns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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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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