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올여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올여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다양한 시대 배경·현란한 효과… 아득한 과거에서 시작했다. AD 180년 로마시대의 칼과 창. 그것은 전혀 가공할 무기가 아닌 듯 보였다. ‘벤허’의 날카로운 마차 소리도, ‘스팔타커스’의 처절한 전투도 투박하고 원시적 몸짓에 불과한 지금. 그러나 검투사 ‘글래디에이터’(개봉 2주만에 서울 45만명)는 그 원시성이 갖는 전율과 화려한 액션을 부활시켜 초여름 극장가를 강타했다. 메시지·구성? 필요없다 시각적인 짜릿함만… 서사(敍事)라기 보다는 컴퓨터그래픽이 만들어낸 게임같은 한판의 오락. 폭탄(블록버스터)은 이렇게 시각적 놀라움을 무기로 과거를 지나 현재와 미래로 달려간다. 위기의 시간도 즐거운 오락 - 미션 임파시블2, 식스티 세컨즈 급박하다. 숨을 돌릴 수가 없다. 긴 시간 역경을 헤치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글래디에이터와 다르다. ‘미션 임파시블2’(17일 개봉)과 ‘식스티 세컨즈’(7월1일 개봉)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첩보요원 이단(톰 크루즈)에게는 20시간이 주어졌고, 전설적인 자동차 도둑 멤피스(니콜라스 케이지)에게는 24시간 밖에 없다. 단 하루만에 치명적인 악성 바이러스의 치료약을 구해야 하고, 세계 명품 자동차 50대를 훔쳐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랑하는 여인이, 동생이 죽는다. 할리우드의 여름 블록버스터들은 시한 폭탄들이다. 주인공들도, 카메라도 쉴 틈이 없다. 아슬아슬하게 시간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3S(스타, 스타일, 스피드)를 동원해 화려하게 펼친다. 심각한 메시지도,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구성도 필요없다. 함께 시간을 재며 시각적 즐거움에 빠지면 된다. ‘미션 임파시블 2 (MISSION IMPASSIBLE 2)’는 톰 크루즈와 오우삼(미국명 존우) 감독의 명성 만으로 충분히 폭발력을 가진다. 오우삼에게 톰 크루즈는 과거 주윤발이 그랬듯 스타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구가하는 ‘확실한 전사’였다. ‘브로큰 애로우’의 존 트래볼타나 ‘페이스 오프’의 니콜라스 케이지에서 얻지 못했던 액션과 남성적 매력. 오우삼은 답답했던 그 무엇을 풀기라도 하듯 마음껏 자신의 장기를 늘어 놓았다. 홍콩 느와르에서 비정한 감정을 뺀, 1편의 정교한 스토리에 더 이상 매달리지 않는 그야말로 현란한 액션 퍼레이드. 벼랑 끝에 직접 매달리는 톰 크루즈, 양손을 뻗어 총을 쏘는 홍콩식 스타일, 눈동자 바로 앞에서 멈추는 칼 끝, 묘기에 가까운 오토바이 추격장면. 느리고 빠른 화면을 섞어가며 펼쳐지는 장면들이 ‘아름답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능란하고 절묘하다. 악당이 가로챈 악성 바이러스를 이단이 어떻게 찾을 것인가, 몸에 그 바이러스를 주사한 사랑하는 여자 니아(탠디 뉴튼)를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감각적 쾌락에 충실한 다양한 액션이다. 감탄과 이따금 유치한 발상에 폭소가 나오지만 그리고 나면 그만인 영화이다. ‘식스티 세컨즈(SIXTY SECONDS)’에는 두 개의 제한 시간이 있다. 60초 안에 차 한대를 훔치고 나와야 경찰의 추적을 피할 수 있고, 그런 방식으로 24시간안에 50대의 희귀하고 유명한 차를 다 끌어모아야 한다. 영화는 6년전 손을 씻은 주인공 멤피스와 그의 옛 동료들의 긴박한 시간과의 싸움과 그들이 훔쳐내는 자동차의 매력에 열중한다. 이야기의 짜임새나 깊이는 개의치 않는다. 젊은이들의 고급 스포츠카에 대한 소유욕과 스피드 욕구를 자극하는 영화니까. 자동차 도둑질을 하다 실수한 동생이 악당들에게 위협받자 그를 구하기 위해 그들의 요구대로 자동차를 훔치는 형. 그를 돕는 옛 동료이자 애인이었던 스웨이(안젤리나 졸리)의 섹시한 모습 역시 ‘볼거리’차원이다. 그 볼거리는 마지막 주인공과 경찰이 벌이는 도심에서의 추적장면으로 절정을 이룬다. ‘칼리포니아’의 도미닉 세나 감독은 형제간의 사랑과 갈등, 동생을 위해 다시 범죄에 뛰어드는 멤피스의 우울한 심리 등을 바닥에 깔았지만 그것은 마지막 형사가 “형제간의 사랑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라며 멤피스를 그냥 보내주는 것만큼이나 유치하다. 절망의 미래- 배틀 필드 서기 3000년. 로저 크리스천 감독의 SF액션‘배틀 필드(BATTLEFIELD EARTH, 17일 개봉)’는 내친 김에 1,000년 미래로 달려갔다. 그곳은 어떤가. 외계인 사이클로가 우주를 지배하는 상황. 지구는 그들의 참략에 9분만에 파멸됐다. 미래의 지구는 ‘화성침공’이 보여주듯 끝없는 외계인의 침략대상이다. 그리고 그들에 의해 지배당하지만 끝내는 인간의 지구를 되찾는. ‘배틀 필드’역시 이 공식을 따른다. 사이클로들은 지능이나 육체적인 힘에서 사이클로에 뒤지는 인간을 “하등동물(MAN ANIMAL) ”이라 부른다. 그들의 지배를 피해, 노예로 살지 않고 숨어지내는 원시부족의 청년 조니(배리 페퍼)가 나선다. 1982년 출간된 론 허버드(1911~1986)의 소설이 원작. 론 허버드는 과학을 숭배하는 ‘사이언톨로지 교’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때문에 핵폭탄을 이용한 인간의 승리로 끝을 내지만 영화는 사이클로의 시각이다. 지구사령관 테를의 캐릭터에 맞춘 영화이다. 그 악역을 맡은 존 트래볼타 역시 사이언톨로지의 열렬한 숭배자. 이런 것들이 미국인들의 반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지만, 늘 인간우월주의에 빠진 할리우드 SF물을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통쾌하다. 그렇다고 미니어처와 컴퓨터 그래픽, 특수분장의 위력만큼 영화가 짜임새가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대현LEEDH@HK.CO.KR 입력시간 2000/06/15 19:05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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