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참여정부 출범 100일] 노사정책

노무현 정부의 노사정책은 두산중공업ㆍ철도연대ㆍ화물연대의 파업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편향적인 운영 등으로 인해 정부가 국정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국민의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다. 노사간의 힘의 균형을 잡겠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수 차례 파업의 결과는 노조측의 안을 대부분 수용, 친 노조정부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참여정부는 공권력 투입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대화와 타협에 기초한 노사관계를 형성하고 비정규직 문제ㆍ퇴직연금 도입ㆍ고용허가제 실시 등 진보적인 노동정책에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노동정책의 주무부서인 노동부가 경제논리로 무장한 재경부ㆍ산자부 등 경제부처의 논리와 힘의 대결에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데다 여전히 강한 반발감을 보이고 있는 경영계와 노동계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앞길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공권력 투입 자제= 참여정부의 노사ㆍ노동정책은 공식적으로는 `노사간의 힘의 균형`을 이뤄 노사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틀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노동자들을 얽어 매는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는 등 정책의 무게중심은 노동계에 기울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기홍 노동부장관은 "그간 ILOㆍOECD 등 국제기구와 노동계로부터 노동사범에 대한 인신구속이 지나치게 많다는 문제 제기가 있어 왔다"며 "불합리한 제도는 바로잡아 떳떳한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하겠다"고 수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정부의 변화된 노사정책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정부가 공권력 투입에 매우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힘의 우의를 앞세워 일방적으로 노동자를 구속하는 등의 행위는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물류시스템이 마비되는 상황에서도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 공권력 투입을 자제하는 모습은 예전에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청와대는 지난 21일 브리핑을 통해 "단순하게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형태의 파업에서는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적용을 최소화하고 가급적 불구속 수사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이를 뒷받침했다. ◇친(親)노조 정책 논란= 참여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비정규직 문제 개선, 퇴직연금 도입,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 등 과거에 비해서 진보적인 정책을 수용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발표된 정책은 앞으로 나아갈 커다란 방향을 제시한 것일 뿐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정부의 노동정책의 성격을 확실하게 결정짓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나라를 들썩이게 한 ▲두산중공업 ▲철도노조 ▲화물연대 파업 ▲교육부의 전교조 NEIS 주장 등 일련의 사태는 정부의 노사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됐다. 정부는 노조측의 주장을 대부분 수용하면서 파업을 종결 시켜 편향적인 `친 노동정책`을 펴고 있다는 따가운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아진 공무원노조, 레미콘ㆍ버스ㆍ택시업체 등이 한꺼번에 목소리를 높이면서 세를 과시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에서 볼 수 있듯이 화물연대측에게만 경유세를 인하해주기로 합의, 택시ㆍ버스 등 다른 운송업체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나는 정책을 수용해주는 등 웃지 못할 촌극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국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외신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한 외신은 "한국에서는 파업만하면 뭐든 수용해준다"며 비꼬기까지 할 정도다. 또 외국인들은 `한국=파업국가`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한국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상황이 다급하게 돌아가자 청와대측은 이를 반박하면서 직접 해명에 나서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21일 `잘못 알려진 참여정부 노동정책의 본뜻`이라는 제목의 노동브리핑을 통해 "(정부가 주장하는)사회통합적 노사관계란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일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노사갈등과 파업을 줄이고 구속 노동자들을 최소화 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며 "관행이 정착하기 전까지 불법파업엔 공권력 사용이 불가피"하다며 균형된 모습을 보이려 애쓰고 있다. ◇향후 전망= 언론의 따가운 질타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의 노동정책 기조는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영계 등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이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가 정부의 고민이다. 노동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경영계를 비롯한 국내외의 따가운 여론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특히 경영계를 달랠 수 있는 정책이나 메시지를 시장에 확실히 전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가 발표한 진보적인 노동정책의 실현 여부는 비정규직, 퇴직연금제 등 올 상반기 말게 발표될 각종 법안 등에서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동부가 과연 얼마나 잘못된 노동제도 개선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지 의문이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노동부는 재경부ㆍ산자부 등 경제부처의 논리와 힘에 밀려 번번히 패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비정규직 문제, 퇴직연금, 고용허가제 등 중요 현안에 대해 얼마나 노동부의 목소리를 얼마나 담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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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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